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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계자를 잘 키워내는 건 수성을 위한 최고의 과제다. 국내 재계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주 세대부터 현재의 3~4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개인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공을 들여왔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이 바뀌면서 경영수업의 양상 역시 달라지고 있다. 더벨이 과거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현재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일정한 승계 원칙이 없다.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뒤 초대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맡았고 그가 물러난 뒤에는 막냇동생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자리를 물려받았다.'포스트 허태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회장이 누가될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긴하나 아직은 안갯속이다. 유력 후보로 거명되는 인물들은 각각의 방식대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의 후계 구도는 미정"이라며 "4세 중에서 능력있는 인물을 후계자로 선정할 것이란게 그룹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회장'보다는 '전문경영인'에 가까웠던 허씨 일가
GS그룹이 독립하기 전 LG그룹 회장은 대대로 구씨 집안에서 맡았다. 두 집안이 대등한 동업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허씨 집안은 '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지는 3대가 그룹 회장을 맡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LG그룹에 입사했으나 비슷한 시기 입사했던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허 명예회장이 그룹 내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현장을 배울 때 구 전 LG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후계자의 길을 밟았다. 그룹의 양대 축이었던 LG화학과 LG전자에서만 근무했는데 LG화학에서도 처음 5년만 근무했다.
이후로는 쭉 LG전자에 몸담았고 입사 만 10년이 된 1985년엔 LG그룹 회장실로 이동했다. 부친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지근거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는데 여느 오너 2세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 셈이다.
반면 허창수 명예회장은 몸담은 계열사만 LG상사, LG화학, LG전선, LG건설 등으로 다양하다. 여러 계열사를 거치면서 실무 역량을 쌓는데 중점을 뒀다.
거슬러 올라가면 허 명예회장의 부친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도 같았다. 그 역시 LG화학, LG상사, LG전자, LG전선 등 상당히 많은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비슷한 길 밟은 허세홍 사장과 허서홍 부사장
GS그룹에선 현재 여러 4세들이 다양한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아직 차기 대권을 점치긴 섣부르지만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3명 가운데 사촌지간인 허세홍 사장과 허서홍 사장은 나이 터울은 8살로 적지 않지만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GS그룹과 무관한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에 GS그룹과 인연이 깊은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에 몸담았다는 점도 같다. GS그룹에 합류한 시기 역시 2006년으로 같다.
1998년 IBM 미국 본사로 옮겨 글로벌서비스전략 매니저로 일했고 2003년엔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에 입사했다. 싱가포르 지사에서 글로벌 원유 공급과 거래, 미국 본사에서 글로벌 가스 및 정유 전략기획을 담당했다.
GS그룹에 입사한 건 2006년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서다. 당시 나이 37살로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후 허 사장은 2016년 아버지 허동수 회장이 GS칼텍스를 떠남과 동시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듬해는 GS글로벌 대표이사를 맡아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했는데 4세 가운데 처음이었다.
2018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초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사실상 경영수업을 다 마쳤다고 볼 수 있다. GS칼텍스가 GS그룹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라는 점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고 볼 수 있다.
허서홍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다. 아버지는 GS그룹 밖에 있지만 허 부사장은 4세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지주사에 몸담고 있다. 허 부사장 역시 사회생활을 그룹 밖에서 시작했다. 2003년 삼정KPMG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2006년 GS홈쇼핑으로 입사했다.
당시 신사업팀 대리로 근무했는데 같은 시기 GS홈쇼핑에 몸담고 있던 허태수 회장과 신사업 발굴과 전략 수립 등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2009년 미국에서 셰브론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에너지 관련 전문성을 쌓기 시작했고 얼마 뒤 GS에너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허태수 회장이 취임한 뒤 2020년에 ㈜GS로 부름을 받았다. 현재 ㈜GS에서 미래사업팀을 이끌고 있다. 신사업 발굴과 미래 전략 구축을 담당하는 곳으로 허태수 회장이 취임한 뒤 꾸린 조직이다.
◇바로 GS그룹 입사해 GS건설 외길, 다른 길 걷는 허윤홍 사장
3명 가운데 허윤홍 GS건설 사장만 다소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세홍 사장과 허서홍 사장이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쪽 인물이라면 허윤홍 사장은 허만정 창업주의 3남인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쪽 인물이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허창수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79년생이라 3명 중 가장 어리지만 그룹 경영에 참여한 것은 오히려 가장 빨랐다. 경영수업 방식도 나머지 두명과 전혀 다르다. 유학길에 오른 건 같지만 이후 행보부터는 확실하게 갈린다. 아버지 허창수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에 있었던 만큼 전형적인 후계자의 길을 밟았다.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했고 2005년부턴 쭉 GS건설에 있었다. 2020년 신사업부문 신설과 함께 신사업부문 대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일부 조직 개편으로 미래혁신대표(CInO,Chief innovation Officer), 사업지원실장, 신사업부문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신사업 관련 부서에 투입되는 것도 여타 다른 3~4세 후계자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GS건설은 GS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다소 독특하다. GS건설은 지분구조만 보면 그룹에서 독립된 상태와 다름없다. GS건설 최대주주인 허창수 명예회장이 ㈜GS 지분을 4.75% 가지고 있다는 부분을 제외하면 지주사와 GS건설의 직접적 지분관계는 없다.
허윤홍 사장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허윤홍 사장이 줄곧 GS건설에만 몸담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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