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민간에서 채워야 하는 예산…참여 가로막는 걸림돌 되나⑤5년간 750억 투입 추산…RWA 위주 사업모델 따른 '수수료 수익 저조' 전망도
노윤주 기자공개 2023-10-05 14:02:43
[편집자주]
1년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윤곽이 잡혔다. 부산시의 거래소는 여러 법인이 참여하는 탈중앙화 컨소시엄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유명 가상자산 대신 금, 미술품 등 실물자산 기반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하며 특색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연내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면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이하 부산거래소)는 100% 민간자본으로 설립된다. 즉 거래소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사업자가 모두 내야 한다. 부산시가 서버 구축과 사무실 구성에 필요한 부지를 지원해 줄 수는 있지만 5년간 꾸준히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기에 중소기업에는 부담일 수 있다.지난해 공개된 부산시의 정보제공요청서(RFI)에 따르면 설립 당해부터 사업자가 5년간 투입해야 할 예상 비용은 700억원이 넘는다. 가상자산 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쉽사리 부산거래소 출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여기에 실물자산기반 가상자산(RWA)에 주력하겠다는 부산거래소의 사업 방향도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부산시 추산은 5년간 750억원, 업계는 1000억원대 예상
부산시는 민간자본으로 부산거래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순, 부산시는 부산거래소 RFI를 수집한 바 있다. 정식 사업 공고 전 예비 컨소시엄의 사업 규모를 파악하고 부산거래소 추진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여기에는 사업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예측한 사업비는 5년간 750억원이다. 구축에 150억원, 운영에 600억원이 투입된다. 최근 공개된 추진안과 지난해 RFI를 통해 공유한 사업 내용에 변화가 없기에 예산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축비에는 시스템구축과 업그레이드 등이 포함돼 있다. 거래소와 기술평가센터 운영 등 항목은 운영비에 속한다. 해마다 구축비는 줄어들고 운영비는 증가하는 구조다. 부산시는 비용의 경우 기획연구 과정에서 나온 추계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사업비 변동 여부, 구체적인 추산 기준 등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부산거래소의 운영비용은 타 가상자산거래소와 비교했을 땐 현저히 적다. 대형사의 경우 영업비용 지출이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을 상회한다. 시장점유율 10%를 기록 중인 2위사 빗썸이 지난해 지출한 영업비용은 1562억원이다. 이 중 스톡옵션 지급에 따른 주식보상비용 243억원, 직원 복지에 쓰인 복리후생비 65억원 등을 제하면 거래소 운영에 연 1200억원 가량이 쓰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점유율 1%대의 코빗도 연간 400억원의 운영비용을 쓴다.
이에 업계서는 부산거래소 운영에는 초기 추산안보다 더 많은 1000억원대 비용이 들것으로 예측했다. 운영비용은 부산시의 지원을 통해 일부 줄일 수는 있다. 임차료, 마케팅비용 등 연 50억~100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부산광역시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지원 조례'에는 △거래소 입주공간을 위한 부지 및 입지 △부지매입비 등 투자보조금 △거래소 설립에 필요한 행정 제정 지원 내용이 명시돼 있다.
◇100% 민간자본 운영 방식, 새 기회 찾던 중소형사에 부담
업계에서는 사업비에 부담을 가질 곳들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시가 자금 지원을 한다면 관심이 있으나 100% 민간자본으로 출자해야 한다면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다수가 스타트업인데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투자시장의 열기가 꺾이면서 대형 거래소들도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산거래소를 유심히 살펴보긴 했으나 윤곽이 잡힌 이후 비용적 부담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많은 업계라 75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5년간 지속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거래소의 사업 모델도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부산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일반 가상자산 대신 실물자산의 토큰화를 선택했다. 원자재, 귀금속, 지식재산권(IP) 등을 가상자산으로 만들어 소단위 거래가 가능케 하겠다는 목표다.
일각에서 실물자산은 시세 변동이 가상자산과 같지 않아 거래 수요가 몰리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익모델은 사실상 거래 수수료 하나인데 소위 '단타'라 불리는 투자자들이 없다면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을 뽑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 빗썸 등과 비슷한 형태라면 부산시의 지원, 원화거래 가능성 등을 보고 입찰에 응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반 가상자산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물자산 기반 토큰들을 거래하는 계획 때문에 망설이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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