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1년 앞둔 국내외 '격무'의 의미 공판 간격 활용 광폭 행보, 이건희 레거시 승계…경영방향 행동으로 '메시지'
김경태 기자공개 2023-10-25 13:55:39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내외에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을 방문하고 일본 주요 협력사와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약 4주 만에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이 회장은 이번 주 27일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작년 회장 취임일과 마찬가지로 떠들썩한 행사는 없을 전망이다. 그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출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의 행보는 그 자체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고 이 선대회장의 유산을 발전적으로 승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그룹'을 이끄는 오너경영자의 면모를 행동으로 입증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과 글로벌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이 회장의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공판 참석 제약 속 틈틈이 광폭행보, R&D단지·LFJ 회동·중동 경제사절단 합류
지난달 이 회장의 공개 행보는 제한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공판이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사실상 매주 열린 탓이다. 전달 공판은 매주 금요일에 세 차례 열렸고 이 회장은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 후 이달 13일 104차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 약 3주의 시간을 확보하면서 일주일 이상의 해외 현장 행보가 가능해졌다. 그는 추석 연휴를 활용해 곧장 중동으로 향했다.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를 찾았다. 삼성전자 사업장은 물론 삼성물산의 네옴시티 건설현장을 찾아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어 유럽을 찾았다. 그는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을 방문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을 만나 사업 기회를 물색하고 현지 법인의 현황을 챙겼다. 귀국한 이후에는 또다시 공판에 참석했다. 이달 13일 104차 공판이 열렸다. 이 회장은 어김없이 법원을 찾았다.
이달 27일 105차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 2주의 시간을 확보하면서 다시 이 회장은 광범위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짧은 기간에 빡빡한 국내외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주 1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았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를 찾아 건설 현황을 살폈다. 또 경영진 간담회를 가졌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았다.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전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도 논의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고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지난주 금요일(21일)에는 늦은 시간까지 꽉 찬 일정을 소화했다. 고 이 선대회장 시기 만들어진 일본 내 주요 협력사 '이건희의 일본 친구들(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을 승지원에 초청해 만났다. 이 회장은 LJF 30주년을 맞이해 교류회를 주재했다. LJF 모임은 저녁까지 지속됐다.
그는 행사를 마친 뒤 늦은 밤 대통령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에 합류하기 위해 사우디로 출국했다. 22일 오후(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 궁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이하 모하메드) 왕세자 겸 총리의 회담 후 이어진 오찬에서 이례적으로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이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 배석했다.
◇행동으로 보내는 메시지, 이건희 레거시 승계·이재용 회장 체제 기조 '부각'
이 회장은 이달 27일 회장으로 취임한 지 1주년을 맞이한다. 다만 삼성 안팎에 따르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행사는 없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회장으로 취임하던 날에 공판에 참석했다. 이달 27일에도 105차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취임 1주년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1주년 당일만큼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이 언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회장 회장이 27일 당일에 발언을 최대한 적게 하더라도 앞선 그의 행보를 통해 향후 이재용 회장 체제 삼성그룹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이미 행동으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이달 들어 부각된 행보 중 하나는 고 이 회장 레거시를 발전적으로 승계하는 움직임이다. 그는 이달 18일 열린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LJF를 승지원에서 맞이했다. 한국에서 LJF 대면 교류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당시 이 회장은 와병 중이던 고 이 선대회장을 대신해 교류회를 주재했다. 이 회장은 LJF 회원사들과 전세계적 경기 침체와 더불어 △코로나 19 사태 △미국·중국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잇달아 겹치는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LJF 교류회를 통해 고 이 선대회장의 유산을 계승하고 더욱 진보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역으로 보면 LJF에 속한 TDK, 무라타 제작소, 알프스알파인 등 일본의 전자 부품·소재 분야 8개 협력사 역시 고 이 선대회장에 이어 이 회장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행보가 이어진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2019년 처음으로 삼성그룹 계열사의 해외 건설현장을 찾은 바 있다. 올 추석연휴를 활용해 삼성물산의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현장을 찾으면서 '삼성그룹'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했다. LJF 교류회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뿐 아니라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도 참석했다.
기술, 현장 경영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들자"라는 언급을 수차례하며 위기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미래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기술에 관한 발언은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방문때처럼 대부분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 직접 현황을 살피는 가운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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