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이재용 회장의 1년]공언한 빅딜 '감감무소식', 힘실리는 자체 경쟁력 강화④[M&A]작년 1월 CES서 거래성사 임박 언급, 그후 별다른 발표없어…M&A 담당 조직·임원 거취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23-10-16 12:53:54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부회장 직함을 떼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4대그룹 총수 중 가장 늦게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회장으로 올라선 이후로도 진행된 공판은 여전히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이 회장은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도 틈날 때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글로벌 행보로 사업을 챙겼다. 향후 삼성의 기조를 전망할 수 있는 언급들도 내놨다. 회장 취임후 1년은 '재판, 글로벌, 기술, M&A, 지배구조'의 5가지 키워드로 집약된다. 완성체 삼성을 향해가는 ‘프로토타입’일 수 있는 이재용 회장 체제 1년을 돌아보고 향후 삼성의 행보를 키워드를 통해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11:0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최근 1년간 주목했던 삼성전자의 행보로는 인수합병(M&A)이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로 추진한 빅딜이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약 2년 전 삼성전자의 고위경영진이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언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 후로도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언급이 이어졌다.조 단위 빅딜은 기업의 오너, 경영자의 투자 의지를 재확인하고 선언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거래 성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대형 M&A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에서는 일부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M&A를 비롯해 투자를 담당하는 사업지원TF의 임원들, 고위경영진이 올 연말 인사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형 M&A 임박" 공언했지만…거래 성사 소식이 없다
삼성전자의 고위경영진이 대형 M&A를 공언한 때는 작년 1월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같은 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M&A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M&A는 부품과 세트(완제품) 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부문 모두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많은 업체를 보고 있다"며 "어떤 것이 먼저 성사되고 나중에 될지 모르고 아직 단계가 남아 있어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후로 삼성전자의 빅딜 성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8월 15일 이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고 10월 27일 회장으로 취임하자 다시 한번 대형 M&A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전보다 이 회장이 큰 의사결정에 부담을 던 상황인 만큼 빅딜을 통해 경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회장으로 올라선 뒤에도 빅딜은 없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한 부회장은 올 1월 CES 2023에서 다시 한번 M&A를 언급했다. 그는 빠른 성사가 어려웠던 배경을 설명했지만 M&A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당시 한 부회장은 M&A에 관한 질의에 "지난해 CES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중국 봉쇄, 미중 갈등, 물류난, 환율 위기 등이 겹치면서 M&A가 지연됐다"며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일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좋은 소식을 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경영진이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빅딜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올 10월이 되어서도 삼성전자의 빅딜 성사 소식은 없다. 올 들어 국내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공언한 대형 M&A와는 거리가 멀다. 올 1월과 3월에 각각 590억원, 278억원을 투입해 지분 14.99%를 확보했다.
◇JY의 신수종 '바이오', 자체 경쟁력 강조…'사업지원TF' 향방에 쏠리는 눈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대형 M&A의 성사는 아직 없지만 고위경영진이 공수표를 던진 것은 아니다. 국내 M&A 및 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 담당 부서는 물론 외부의 자문사들과도 협업해 다수의 매물을 심도있게 검토했다.
한 국내 자문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 최상위 M&A 자문사와 수시로 소통하며 복수의 매물을 살펴봤다"며 "투자안내문(티저레터)뿐 아니라 비밀유지확약서(NDA)를 체결해야 하는 투자설명문(IM)을 받아 검토한 경우도 있었는데 입찰이 임박해서 그만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삼성에서는 반도체나 모바일, 가전 분야보다 바이오기업 인수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뒀다는 전언도 있다.
글로벌 IB 고위관계자는 "삼성에서 바이오기업 M&A를 상당히 깊이 있게 검토했다"며 "특히 바이오젠을 인수하라는 이 회장이 특명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면서 사업지원TF, 삼성증권 M&A 담당 임원들의 입지가 애매해졌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작년 1월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M&A 거래 타결 소식이 들리지 않는 가운데 이 회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바이오에 관해서도 부쩍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언급을 내놓고 있다. 또 글로벌 바이오기업과의 협업도 강조했다. 재계와 IB업계에서는 이를 M&A 추진과 결부시켜 해석한다. 외부 기업에 대한 투자가 녹록지않은 현실에서 직접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우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작년 10월 11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찾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인 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때 삼성은 자체적인 시설투자에 힘을 쏟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우선 CDMO 분야에서 제4공장에 이어 제5 공장, 제6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생산기술 및 역량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5조원을 투자해 11만평 규모의 제2 캠퍼스를 조성한다.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아직 성사시키지 않은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기술과 바이오 분야 기업의 기업가치가 급격히 올라갔다. 그 후 인플레이션,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복합 변수로 자본시장이 경색되고 기술, 바이오 분야 기업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1년 전에 거래가 타결됐다면 '고가 인수'에 대한 지적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다만 외부에서 볼 때는 삼성전자가 M&A와 자체 투자에서 어느 쪽에 더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일부 혼선이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단순히 전무, 상무급의 언급이 아닌 대표급의 고위 경영진들이 기자간담회에서 공언하듯 얘기를 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때문에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향후 M&A에 관한 이 회장의 기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A 담당하는 사업지원TF 경영진 교체, 재신임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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