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트벤처 활용법]50년 협력속 삼성-코닝 '동상이몽'②OLED 집중 선택한 삼성디스플레이…LCD 시장지위 신뢰한 코닝
이민호 기자공개 2023-10-31 07:28:10
[편집자주]
조인트벤처(JV)는 치밀한 경영전략의 산물이다. 기업은 원·부자재 매입처와 완성품 매출처 확보, 기술협력, 신사업 개척과 신규시장 진출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추가 투입하거나 배당 수취와 유상감자, 지분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자금의 이동도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THE CFO가 주요 조인트벤처의 그룹 내 역할, 출자·회수 경과, 지배구조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07: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액 2조원과 영업이익률 40%가 넘던 '알짜' 조인트벤처의 지분을 일시에 정리했다.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포기하더라도 회수한 투자금을 이용해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디스플레이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판단이었다.반면 단독경영권을 확보한 코닝은 LCD 시장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보이면서 아시아지역 생산 전진기지로 탈바꿈시켰다. 흑자경영을 이어오면서 4000억원이 넘는 유상감자로 일부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지배력 변화맞은 조인트벤처…삼성디스플레이 과감한 회수결정
삼성그룹과 미국 코닝은 1973년 삼성코닝에서 시작해 1995년 삼성코닝정밀유리(현 코닝정밀소재)과 2012년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까지 조인트벤처를 잇따라 설립했다. 하지만 삼성코닝은 브라운관(CRT) TV 수요가 급감해 2007년 코닝정밀소재에 흡수합병시켰고 코닝정밀소재 지분은 2014년 모두 거둬들이면서 남은 조인트벤처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뿐이다.
가장 큰 배경으로 2013년 10월 삼성그룹과 코닝간 체결한 포괄적 사업협력을 꼽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정밀소재 지분전량인 42.6%를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2조178억원에 처분하는 대신 미국 코닝(Corning Incorporated) 지분 7.4%에 해당하는 전환우선주를 2조4426억원에 취득하는 것이 큰틀이다. 코닝정밀소재는 코닝 헝가리법인(Corning Hungary Data Services)이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합자체제를 종료하지만 삼성과 코닝간 협력의 강도는 단순 조인트벤처 설립을 넘어 더욱 견고해진 셈이다.
다만 코닝정밀소재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매각 직전인 2013년 별도 기준 매출액이 2조4000억원에 이르던 회사다. LCD용 기판유리 제조에 사업영역이 집중됐지만 LCD 시장이 대대적인 호황을 누린데다 50%에 근접하는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면서 2013년말에 이르러 무차입경영 상태에서도 3조원에 가까운 현금성자산을 쌓는 데 성공했다. 코닝정밀소재가 2013년 지급한 전체 배당금은 1조원이 넘었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율대로 수취한 배당금은 4300억원에 이르렀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전량을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었던 것도 현금성자산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매입 직후인 2014년말 코닝정밀소재의 현금성자산은 6300억원 가까이로 큰폭 줄면서 무차입경영을 끝내고 관계사인 코닝 룩셈부르크법인(Corning Luxemburg)으로부터 1조9000억원에 이르는 15년 만기 장기차입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집중…코닝 LCD 입지 공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알짜'로 꼽히던 코닝정밀소재에 대한 지배력을 과감히 정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코닝과 합자해 OLED용 기판유리를 제조하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를 출범시키면서 디스플레이 사업에서의 무게중심을 기존 LCD에서 OLED로 이미 옮기고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LCD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2013년 코닝정밀소재 전체 매출액 2조3980억원 중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발생한 매출액 비중이 73%(1조7473억원)일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장기공급계약 외에 별다른 매출처 다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코닝정밀소재로부터의 배당금을 포기하더라도 미국 코닝 지분을 취득해 더 큰 협력을 도모할 시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로부터는 배당금을 수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코닝으로서는 코닝정밀소재의 쓰임새가 쏠쏠하다. 코닝은 LCD 시장에서 여전히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코닝정밀소재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아시아지역 LCD용 기판유리 생산의 전진기지로 탈바꿈시켰다. LCD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닝정밀소재 매출처 상위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충칭·허페이, 일본, 대만 등 소재 관계사가 다수 올라있다.
비록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처분 이후 영업이익률이 20% 아래로 큰폭 하락하면서 수익성은 후퇴했지만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해 1418억원 등 매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최근 코닝이 2028년까지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생산기지와 제품 통합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을 밝힌 것도 코닝정밀소재의 여전한 쓰임새와 무관하지 않다.
코닝정밀소재는 2018년부터 유의미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영업이익 3000억원과 영업이익률 20% 붕괴에 따른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2021년 한 차례 유상감자를 실시해 4964억원을 회수했다. 당시 유상감자 영향으로 100%를 소폭 웃돌던 부채비율이 130% 이상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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