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30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사의 성장 전략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다양한 게임을 최대한 많이 출시하는 것이다. 하나의 게임만 선보이는 경우에는 흥행 실패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흥행에 실패하면 매출 공백이라는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설령 운좋게 흥행하더라도 흥행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이른바 '원게임 리스크'다. 많은 게임사가 게임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쓰는 이유다.그러나 게임사 '그라비티'는 경쟁사와는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다. 대표작 '라그나로크'라는 하나의 게임에 의존하는 성장 전략을 20년 넘게 구사하고 있다. 2002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출시한 이후 최근까지 라그나로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무려 30종 넘는 차기작을 선보였다. 실제로 과거부터 그라비티 매출 대부분은 라그나로크 시리즈에서 나왔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라그나로크 중심 성장 전략이 더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라그나로크 IP의 생명력이 다하는 순간 그라비티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줄기차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라그나로크를 향해 '사골'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라그나로크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시하는 것이 사골 국물을 우리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조소 섞인 표현이다.
하지만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라는 우수한 IP를 함부로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한 나스닥 상장사답게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했다.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하는 방식으로 원게임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게임사가 좀처럼 진출하지 않았던 동남아 시장의 문까지 과감하게 두드렸다. 라그나로크 IP 게임도 현지 성향에 맞춰 지역별로 다르게 개발해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전략은 통했다. 2016년부터 해마다 성장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연결) 403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매출(4636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만약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매출은 1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은 기정사실화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라그나로크 IP 하나로 이뤄낸 성과다. 올해 게임업계가 불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가시적인 성과다.
기업의 진짜 실력은 불황일 때 드러난다고 한다. 호황기에는 누구든 잘나가지만 불황기에는 탄탄한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다. 라그나로크 IP만 가진 줄 알았던 그라비티가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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