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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신관치 시대]횡재냐 혁신이냐, 은행 사상 최대 이익의 그늘③금융권 사회적 책임·혁신 강조하는 당국…금융지주간 합병 등 발상 전환 필요

서은내 기자공개 2023-11-21 08:10:03

[편집자주]

금융산업을 둘러싼 정치 권력의 압박이 강해졌다.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금융 요구 등 비판의 형태를 띈 메시지를 통해 금융사를 압박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직접 관치를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계속하는 이른바 신관치가 진행되고 있다. 관치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시장 질서를 흐트려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신관치라 부를 수 있는 현재 금융 환경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금융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업권을 향한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심상치 않다. 상생금융과 혁신을 강조하던 당국의 주문에 이어 야당에서는 고금리 상황에 의한 이자이익을 불로소득이라 칭하며 '횡재세' 도입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업권의 높은 이익은 정말 횡재에 의한 것인가.

오는 16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회장들을 또 한번 불러모아 당국의 강조 방향을 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금융사들에 원하는 상생금융의 정확한 방향과 수준, 그 규모 및 의도 등을 금융지주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당국, 금융 수장들에게 혁신적 발상 강조

이달 초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업권 협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금융사 이익증가는 금융안정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이익 원천이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단순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선 역대급 부담증대를 의미하며 금융협회가 중심이 돼 금융권의 한단계 발전된 사회적 역할을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및 당국이 금융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정확히 드러내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날선 발언을 남겼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은 "올해 은행 이자수익이 역대 최고인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연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높은 이자이익은 정말 횡재인가. 은행업권의 이익은 수많은 규제 속에서 각고의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우호적인 금리 환경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의 시각은 정반대인 셈이다. 특히 '혁신'을 꾸준히 강조해온 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은행업권의 높은 이익은 마뜩치 않았던 모양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 리더들에게는 틀을 깬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면 현실성은 좀 부족할 수 있더라도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과 같은 판을 흔드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6개 금융업권협회 회장단 등과 만나 금융권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출처:금융위원회>

◇ 금융사 이익, 높은 연봉에 대한 부정적 시선

금융업권의 이익은 항상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어려운 민생 경제와 대조돼 은행, 보험사들이 거두는 높은 이익은 경영 수완이 좋거나 혁신을 통해 이룬 성과로 평가되기 보다는 고리 장사로 이익을 취하는 저급한 형태로 평가절하되기 쉬웠다. 금융업권의 높은 연봉 수준 역시 비슷한 시선으로 해석됐다.

이런 시각을 대변하는 단어를 '횡재세'로 볼 수 있다. 마침 현재 금융지주들은 평균적으로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합계는 15조6000억원에 달한다. 각사 발표를 종합하면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1조원에 육박해있다.

기업이 외부 변수로 올린 수익에 대해 기술적 혁신이나 경영 전략으로 올린 수익보다 많은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 횡재세 논의의 핵심 주장이다. 횡재세 주장은 고금리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금융권이 대규모 이자수익을 냈으므로 법인세를 초과하는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발의된 주요 법안들을 보면 과거 평균적인 은행업권의 수익보다 이를 초과해서 더 벌어들인 부분의 20~50%를 추가로 세금으로 납부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납부된 세금을 서민금융 지원 등에 쓰이게 하자는 것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횡재세 관련 법인세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한편 여야의 이같은 금융권 압박 정책들에 대해 금융업권은 기본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서민경제, 민생경제를 위하는 방향의 정책을 쏟아내지만 이는 표심을 잡기 위해 매번 반복하는 단기적인 공약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주문에 최대한으로 응하겠다는 금융업권의 태도 역시 분명해보인다. 한 민간 금융지주사 고위 임원은 "정부당국에서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는 결국 모든 금융사들이 다 하게 돼 있으므로 가장 먼저, 빨리 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당국에 우리 회사의 노력을 어필할 수 있는 노하우"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은행들의 이자 수익이 60조원에 달하는데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를 합친 것 보다 많다"며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처: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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