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관치 시대]'사상 최대' 이자이익 향한 비판…정부 영향은 없었나②5대 은행 연 이자이익 40조 눈앞…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가계대출 반등
최필우 기자공개 2023-11-21 08:10:13
[편집자주]
금융산업을 둘러싼 정치 권력의 압박이 강해졌다.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금융 요구 등 비판의 형태를 띈 메시지를 통해 금융사를 압박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직접 관치를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계속하는 이른바 신관치가 진행되고 있다. 관치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시장 질서를 흐트려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신관치라 부를 수 있는 현재 금융 환경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금융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매년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도 3분기 누적으로 전년 동기 이자이익을 넘어서면서 연간 기준 최대 금액 경신이 유력하다.멈출줄 모르는 이자이익 성장을 두고 정부와 금융 당국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은행이 서민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과도한 이자를 수취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이자 장사', '약탈적 영업', '은행 종노릇' 등 비판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상생금융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이자이익 추구가 존재 이유인 민간 상업은행에 가해지는 비판이 과도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자이익 근원인 가계대출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자이익 늘수록 높아지는 비판 수위
금융지주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7조3319억원으로 이자이익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 6조2563억원, 하나은행 5조9648억원, NH농협은행 5조7666억원, 우리은행 5조6170억원 순이다.
5대 시중은행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28조8052억원이다. 2조1314억원(7.4%)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증가는 올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의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이자이익은 엔데믹 이후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0년 28조6753억원으로 5414억원, 2021년 32조3042억원으로 3조6289억원 늘었다. 2022년에는 39조46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조157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7조원대 증가폭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금리 인상으로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조건인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이익이 덩달아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은행권의 이자 수익이 과도하다며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금리 인상 기조는 올해도 이어졌고 고금리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출 금리 상승에 이어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이자이익 규모가 단기간에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이익 성장세가 쉽사리 꺾일 것 같지 않자 정부와 금융 당국은 올해 은행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의 영업 행태를 '약탈적'이라고 규정했다. 지난달에는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은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상생금융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올 4분기에도 이자이익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5대 시중은행 이자이익이 사상 최초로 4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에 가계대출 반등 조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자이익 성장세 지속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규제 지역을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제공해 부동산 매수 심리를 회복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부동산 매수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줄지 않았고 이자이익도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 3분기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모두 분기성장률 플러스(+)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1.1%, 1.02% 증가해 1%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했으나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상승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자이익 많다고 은행을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내 은행은 상업은행으로 개인, 소상공인,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이자를 받는 것을 기본적인 업으로 한다. 기준금리 상승에 연동된 이자수익 증가를 은행의 탐욕 탓으로 단정지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업은행은 투자은행과 달리 대출로 이자이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탐욕이라는 비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융업 불황으로 이자이익이 줄어들 때도 있기 때문에 이익이 많을 때 자본력과 충당금을 쌓도록 유도해야지 이익이 많다는 이유 만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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