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연합회장은 생보협회나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전문협회 등 금융 협회 가운데 맏형으로 불리는 자리다. 그럼에도 그 존재감은 그만큼을 따라가지 못했다. 보험 협회장들은 회사 단독으로 당국에 전하기 어려운 업권의 고충, 의견을 모아 당국과 전하고 협상하는 대변자로 실제로 역할을 해왔다.반면 은행연합회장에 대한 은행업계의 기대수준은 낮았다. 그런 탓인지 시중은행 임원들에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큰 관심을 표하지 않는다. 노조와 임단협 협상을 하는 정도가 은행연합회장에게 거는 기대의 대부분이라고 보는 당국 인사도 있었다.
은행연합회장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은행업권은 제도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안정화돼 있어 개선해 나갈 현안들이 적었다. 특별히 당국과 소통해서 단체로 행동할 부분이 많지 않았다. 은행들은 지주를 통해 당국과 접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은행연합회장의 자리는 7억~8억원의 고액 연봉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주목도와 업권의 맏형이라는 무게감 정도가 전부였다. 한 은행 임원은 "금융사 경영 이후 퇴직한 회장님들이 개인적으로 가고싶어 하는, 관심있어 하는 자리일 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회장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진 셈이다.
그런데 연일 은행업권을 향해 조여오는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질타를 보고 있으면 은행연합회장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연초부터 은행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난이 이어져오다가 급기야 최근에는 은행의 이자이익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구체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똥을 막기 위해 최대한 몸을 수그리고 당국의 부름에 응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규제 당국의 칼날을 피해 당국에서 원하는 상생금융의 규모가 얼마든 맞추겠다는 자세다.
은행업권의 목소리를 속시원히 대변할 수 있는 존재감있는 인사가 절실해 보인다. 과거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업권을 대변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기로 유명했다. 당시 은행업권을 향한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에 '종합운동장'론으로 맞선 것은 유명한 일화다. 같은 말이라도 수장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린다. 분위기와 흐름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이달 새로운 은행연합회장이 선출된다. 후보군으로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올라 있다. 관이든 민이든 대등하게 당국에 맞서 할 말을 할 수 있는 인사는 이들 중 누구일까. 은행연합회장의 존재감을 높일 리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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