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리츠 권유 미래에셋증권, 성과부진에 '난감' 금리상승기 부침 심해 부적합 자산 의견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3-11-15 08:14:05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상장리츠 회의론이 퇴직연금 시장에 일파만파 번지면서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이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에 상장리츠를 활발하게 소개해 왔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 고위 임원 출신 인사는 상장리츠 회의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데 따른 지적이다.리츠협회는 해당 인사가 진행한 정부 용역 보고서 초안에 대해 자료를 작성하는 등 적극 반박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상장리츠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시계열을 확대해 분산투자를 단행할 경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을 시장 안팎에서 활발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상기, 상장리츠 회의론 vs 옹호론 '정면충돌'
리츠협회는 미래에셋운용 출신 인사와 만나 한국연금학회 회원자격으로 참여한 '다층연금체계하 퇴직연금 기능강화를 위한 세부제도 개선방안 연구' 초안 내용을 검토했다. 이 연구는 고용노동부가 올 2월 발주한 용역 과제로, 당초 금융상품 분석 등을 맡은 인물이 리츠협회에 만남을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미래에셋운용 전직 인사는 해당 연구 초안에서 상장리츠의 구조적 맹점을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작년 한해 국내외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가 수익률이 요동치는 점에 착안, 리츠가 분산투자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는 점과 레버리지를 일으켜 금리 상승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점 등을 집중 지적했다는 게 업권 관계자 설명이다.
리츠협회는 이러한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전해진다. 퇴직연금을 리츠에 투자하는 경우는 안정적인 배당금 수취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을 들어 주가 수익률에 배당 수익률을 더해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오랜 기간 납입할 경우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리츠가 공시보고체계에 편입돼 있어 투자자에게 레버리지 비율과 평균 차입금리 등을 공시하고 있는 만큼, 상장리츠의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연금 채널 진입을 막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대부분의 상장리츠가 복수의 자산을 편입하고 있기 때문에 분산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함께 꼬집었다.
리츠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상장리츠에 일정 기간 한 번씩 분산 투자한다면 시계열을 확대했을 경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적립금 70% 한도 내에서 상장리츠에 투자할 수밖에 없고, 나머지는 안전자산 등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일파만파 커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리츠 전도사 미래에셋증권에 미래에셋운용은 비판 제기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리츠를 퇴직연금 제도 안으로 적극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바꿔말하면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현재의 접근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하에선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개별 주식종목과 레버리지를 일으킨 상품은 매입할 수 없지만, 상장리츠의 경우 예외적으로 가능한 점에서 여타 퇴직연금 상품과 똑같이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운용 인사는 "상업용 부동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상장기업이 있다고 할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서 해당 기업 주식은 매입하지 못하는 반면 상장리츠 종목은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다"며 "퇴직연금 제도 전체적 틀에서 보면 규제의 허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버리지와 분산투자 요건 등도 정책 차원에서 고려해봄직 하다"고 덧붙였다.
정책당국은 2018년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 DB 적립금의 상장리츠 투자를 허용한 데 이어 이듬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DC와 IRP 제도의 상장리츠 진입도 허락했다. 리츠가 퇴직연금 적립금 투자가 가능한 부동산 펀드와 사실상 차이가 없고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춰야만 하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국내외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상장리츠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 빠르게 확산됐다. 상장리츠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을 매입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상장리츠 23개 중 16개(69.6%)가 연초 이후 14일 현재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종 보고서에는 상장리츠 부분을 제외한 내용만 이달 초 고용부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상장리츠를 퇴직연금 비히클로 가장 먼저 선보인 데다, 전 사업자 중 가장 많은 적립금을 끌어온 점 등을 들어 미래에셋 그룹 계열 사이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상장리츠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데 유리한 점이 많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주가 흐름이 힘을 못 받는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뚜렷한 상품"이라며 "미래에셋그룹 출신이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다손 치더라도, 그룹 전체 차원에서 상장리츠에 관해 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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