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콜옵션 임박, SK그룹·자본시장 신뢰관계 '시금석' 촉각 콜옵션·동반매도권 행사 결정 시한 다가와, 타계열사 투자유치 영향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23-11-21 12:46:5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큐텐(Qoo10)의 십일번가(이하 11번가) 인수가 사실상 최종 결렬되면서 SK그룹의 행보에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시한이 임박한 SK그룹의 11번가 콜옵션 행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SK그룹은 11번가 투자유치를 하며 재무적투자자(FI)와 설정한 조건에 콜옵션과 동반매도권(드래그얼롱)을 포함했다. FI들은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기를 기대했지만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SK그룹은 11번가 외에도 다수의 계열사가 투자유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11번가와 유사한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에 SK그룹에 투자한 FI들이 11번가 딜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자금이 투입된 만큼 SK그룹이 무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서로가 최대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큐텐, 11번가 인수 불발…SK스퀘어, 콜옵션 행사 기한 임박
11번가는 2018년 토종 1세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FI는 11번가가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애초 11번가의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유력했던 것은 기업공개(IPO)다. SK와 FI 측은 투자유치 당시 올 9월 30일까지 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글로벌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IPO 추진이 녹록지 않았고 시한을 넘겼다.
그 후 큐텐과의 거래 협상이 IPO의 차선책으로 급부상했다. SK 입장에서는 큐텐에 11번가 구주를 넘긴 뒤 받은 현금으로 FI의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와 큐텐이 논의하던 11번가 인수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양측은 세부적인 조건 협의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거래 성사에 이르지 못했다. 이로 인해 큐텐과 거래한 뒤 FI 투자금을 상환하려던 SK그룹의 계획은 실행이 어렵게 됐다.
남은 방안은 콜옵션 행사다. SK와 FI 측은 투자유치 당시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SK 측은 FI의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콜옵션을 갖기로 했다. 또 FI는 동반매도권도 보유해 투자의 하방안전성(Downside Protection)을 확보했다.
이 딜에 정통한 재계 및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콜옵션 기한이 조만간 도래한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1~2주 내로 SK 측에서 이사회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해 FI들의 수익을 보장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SK 측에서 FI에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이 11번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에는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고심이 클 것으로 분석한다. FI의 자금에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FI 투자금 5000억원은 H&Q의 3호 블라인드 펀드(1000억원), 국민연금(3500억원), 새마을금고(500억원) 자금으로 마련됐다. 투자에 투입된 H&Q의 3호 블라인드 펀드는 5650억원 규모로 조성됐는데 이 펀드의 앵커 출자자(Anchor LP)는 국민연금이다.
11번가 콜옵션·동반매도권 행사와 관련해 SK스퀘어 관계자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SK그룹 다수 계열사, 11번가 딜 유사구조로 투자유치…자본시장 신뢰 유지 '주목'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SK그룹의 11번가 콜옵션 행사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11번가 외에도 다수의 계열사 투자유치를 하면서 콜옵션과 동반매도권이 포함된 유사한 구조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아직 투자금 회수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딜들이 상당수 있어 11번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SK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PEF 운용사, 이들이 조성한 펀드에 자금을 넣은 연기금·공제회·금융사 등 LP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콜옵션과 동반매도권은 FI들이 투자할 때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조항이다. 다만 FI들은 투자유치를 받은 재계 최상위 대기업집단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분석한 뒤 투자에 들어간다.
동반매도권을 통해 계열사를 매각하면 FI의 투자금을 일부 돌려줄 수는 있겠지만 그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에서의 평판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최후의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또 동반매도권을 활용해 매각이 성사되도 거래가가 낮으면 투자유치를 받은 기업의 모회사에 장부상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목된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자금 소요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투자유치가 필요한 계열사들이 있다. 투자유치에 참여하려는 PEF 운용사들은 LP에 보고·마케팅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11번가 콜옵션 행사가 다른 딜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와 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이 11번가 FI들과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 윈윈하는 거래를 추진하는 노련함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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