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발 스노우볼…판매사들 만기매칭형 펀드 '경계령' 미스매칭 전략 탓 손실…중소형사 상품 통과 어려워져
황원지 기자공개 2023-12-12 07:22:49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6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일부 판매사가 만기매칭형 펀드에 경계령을 내렸다. 지난해 말 BNK자산운용의 상품에 퇴직연금 DB 자금을 태웠다가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BNK운용은 만기매칭형임에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스매칭 전략을 쓰다가 금리 급등기 손실을 입었다. 판매사 측에서 항의했으나 해당 운용역이 이미 하우스를 떠난 상태라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자산운용은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BNK2년만기투자형’ 시리즈를 4호까지 출시했다. 2년 만기매칭형 상품으로, 투자기간인 2년에 맞는 A-이상 채권과 A2-이상 어음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국공채펀드와 비교했을 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잔존만기를 계약기간과 맞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어 퇴직연금 자금 위주로 인기를 끌었다.
만기매칭형임에도 미스매칭 전략을 사용해 문제가 발생했다. 운용역 판단 하에 2년 만기 상품인데도 1년물과 3년물을 함께 편입하는 전략을 썼다. 통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수익률이 높아지는 점을 이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저금리 시대였던 2021년에는 순조롭게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채권 가격은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하락한다. 만기가 긴 장기채일수록 그 하락폭이 커진다. 올초 손실에 환금이 중단돼 논란이 됐던 만기매칭형 랩어카운트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편입했던 3년물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실제로 BNK2년만기투자형의 만기 수익률은 목표 수익률을 밑돌았다.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2호 펀드는 2.05%, 올해 3, 4월 해지된 3호와 4호 펀드는 각각 1.76%, 1.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처음 약속한 목표 수익률이 2.5% 수준이었으나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만기 직전 수익률을 다소 회복했으나 작년 하반기 입은 손실을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농협은행에서 BNK운용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수익자들이 대부분 기업, 기관등의 퇴직연금 DB 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판매사를 통해 여러 운용사의 비슷한 상품에 자금을 뿌렸는데, BNK운용만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과 달리 수익률 1%포인트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담당 운용역이 이미 이직한 상태라 사후처리도 원활하기 이뤄지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됐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3호와 4호 펀드를 처음부터 맡은 건 김경석 매니저다. 김 매니저는 해당 펀드 만기가 도래하기 전인 작년 5월 교보악사자산운용으로 이직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문성호 매니저가 책임운용역을 넘겨받아 올해 4월 말 만기까지 해당 펀드를 운용했다.
이러한 미스매칭 운용이 규정상 위반은 아니다.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종종 사용됐던 방식이다. BNK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수익률 변화가 커진 탓에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을 뿐, 규정상 잘못된 운용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건 이후 판매사 측에서는 중소형 운용사의 만기매칭형 상품 제안을 거절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비슷한 규모의 운용사들이 제안서를 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일부 넘어갔더라도 최종적으로 신규 상품 설정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판매사 상품팀장은 “나름 금융지주 산하인 BNK에서 잡음이 생겼다는 게 문제”라며 “수익자들 항의가 있었던 만큼 비슷한 중소형사나 독립계 운용사의 상품은 통과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용역이 중간에 이직해버린 것도 신뢰를 건드리는 문제”고 말했다.
대체재인 만기매칭형 ETF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몫했다.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ETF 운용사들은 만기매칭형 상품을 다수 출시하고 있다. 채권의 만기와 상품의 만기를 맞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다. ETF로 손쉽게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굳이 공모펀드 비히클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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