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밸류 도전, 금융당국 문턱 넘을까 ⑤금감원 정정명령 '통과의례'…전화성 대표 "기업가치 산정 문제 없을 것"
이기정 기자공개 2023-12-19 08:08:42
[편집자주]
씨엔티테크가 액셀러레이터(AC)업계 첫 상장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앞서 출사표를 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후퇴했다. 다른 AC인 퓨처플레이 역시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통한 우회로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씨엔티테크는 직상장이 아닌 스팩 합병으로 전략을 선회하며 상장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액셀러레이팅 경쟁력과 함께 푸드테크 사업의 강점을 적극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벨이 상장에 나서는 씨엔티테크의 경쟁력과 향후 성장 로드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5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이하 한화2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준비 중인 씨엔티테크는 기업가치로 약 1200억원을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실적 추정치는 해외 진출을 통해 예상되는 실적 증가분을 기반으로 추산했다. 씨엔티테크는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추정치를 산정했다며 큰 무리없이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다만 그동안 스팩 우회상장 기업 사례를 고려하면 한차례 이상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액셀러레이터 업계 1호 상장 도전인만큼 사업 이해도 설명을 강화하는 차원의 정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추가로 금융당국이 씨엔티테크가 제시한 기업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밸류에이션 하락은 불가피하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더 개선된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미래 실적 추정치에서는 이미 충분하게 보수적인 수치를 반영했기 때문에 기업가치와 관련한 부분에서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2027년 매출 추정치 600억, 푸드테크보다 액셀러레이터 성장 강조
씨엔티테크와 한화2호스팩과의 합병가액은 주당 4434원으로 합병비율은 1대 0.4510495다. 현재 씨엔티테크의 주식수는 2621만2755주로 합병가액으로 계산시 약 1162억원이 나온다. 여기에 발행되는 신주 187만6365주를 합병가액으로 계산한 금액인 약 83억을 더하면 목표 시가총액인 1200억원이 도출된다.
스팩 우회 상장의 경우 자산가치와 미래 실적 추정치를 산술평균해 기업가치를 정한다. 씨엔티테크는 회계법인(현대회계법인) 및 주관사(한화투자증권)와 합의를 거쳐 실적 추정치를 산정했다.
해당 수치에 따르면 씨엔티테크의 2024년부터 4년 동안 매출 예상치는 360억원, 428억원, 530억원, 600억원이다. 또 같은기간 영업이익으로 190억원, 240억원, 310억원, 3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이점은 그동안 실적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푸드테크보다 액셀러레이터(AC) 사업부가 향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씨엔티테크는 2021년 푸드테크와 AC 사업부에서 각각 92억원과 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역시 각각 81억원, 63억원으로 푸드테크 비중이 높았다.
다만 올해부터는 양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AC 사업부 매출 예상치는 143억원으로 푸드테크 사업부 86억원 대비 약 66% 많다. 또 2024년 196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 244억원, 2026년 294억원, 2027년 341억원을 달성해 같은기간 푸드테크 153억원, 177억원, 229억원, 254억원보다 많은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씨엔티테크가 이같은 판단을 내린 배경은 내년부터 목표로 하고 있는 해외 사업 진출과 관련이 있다. 씨엔티테크는 현재 국내에서 활용중인 AC 육성 모델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해외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해당 부문에서 큰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푸드테크 사업 역시 모듈화된 키오스크의 해외 판매를 계획하고 있지만 AC 사업부보다는 매출 성장세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대표는 "올해 3분기까지 AC 보육 부문에서 약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 4분기에만 1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며 "이는 보육 사업 특성상 결산 시점이 연말로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C 사업부의 해외 진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 공략 국가가 많아 기대가 크다"며 "푸드테크 사업부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AC 사업보다는 진출 국가가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AC 사업부 내에서는 투자 성과보다는 보육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7년 기준 보육과 투자 부문의 매출 추정치로 각각 250억원, 90억원을 제시했다.
이어 푸드테크 사업부에서는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 성장을 예상했다. 씨엔티테크의 푸드테크 사업부 매출은 크게 주문중개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주문중개 부문의 매출이 더 높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이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대표는 "향후 성장전략의 핵심은 해외진출로 이와 관련해 연관성이 높은 사업들의 매출 증가폭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다른 사업들도 국내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투자 성과' 제시 호평, 증권신고서 정정은 불가피 전망
씨엔티테크 전략에 AC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회수 성과보다 보육 사업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보육 사업은 계약을 통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AC업계 관계자는 "AC 회수 성과는 투자 시점부터 3~5년 후 발생해 향후 씨엔티테크가 회수 실적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 맞는다"며 "다만 금리 인상 등 영향에 회수 시장이 위축돼 장담할 수 없었는데 이같은 부분을 충분히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일한 이유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상장 과정에서 보수적인 회수 성과 추정치를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씨엔티테크는 회수 성과와 관련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씨엔티테크가 한차례 이상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피할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높아졌을뿐더러 최근 스팩 우회 상장에 도전한 기업들 모두가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세달 동안 스팩 우회 상장에 나서 국내 증시에 상장한 5곳(세니전, 신시웨이, 제이엔비, 우듬지팜, 코어라인소프트)은 모두 한차례 이상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이중 세니젠과 신시웨이, 코어라인소프트는 두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증권신고서 정정 부분도 실적 추정치 수정부터 기업가치 조정, 사업위험 및 시장전망 보강 등 다양했다.
씨엔티테크 투자사의 한 임원은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치는 것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AC 1호 상장인만큼 사업 이해도와 관련한 부분 정정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투자사들은 밸류에이션 정정을 받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팩 우회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몸값을 낮추고 있다.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기업의 미래 실적 추정치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면서 위축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4일 하나금융25스팩과의 합병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피아이이가 지난달 목표 시가총액을 기존 4888억원에서 4107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 IPO 부서 한 관계자는 "스팩 상장 기업들도 미래 실적 추정치가 기업가치 산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전망치를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며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는 역풍을 크게 맞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스팩 우회상장 기업들도 피어그룹 선정을 통한 상대가치 측정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에도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기업들의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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