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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2.0]전기차 다음은 ESS, 미국·유럽 공략할 새 선봉장③2000년 초부터 ESS 배터리 연구…글로벌 탈탄소 기조가 기회

정명섭 기자공개 2023-12-22 11:16:47

[편집자주]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전기차 수요가 꺾이자 완성차업체들은 차량 전동화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 번졌다.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고 합작투자(JV) 일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업황 둔화는 2024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2.0 체제를 선언했다. 젊은 리더를 전면에 배치하고 제품 및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새 목표로 세웠다. 더벨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권에 들어선 LG에너지솔루션의 다음 타깃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다. ESS는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공급하는 장치다.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들의 탈탄소 기조에 따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00년대에 IT기기, 전기차용 배터리를 연구할 당시 ESS 배터리 개발을 병행해 기술력을 쌓아왔다. 20년 넘은 배터리 R&D 투자가 전기차 시대에 빛을 본 것처럼 ESS 시장에서도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집중적으로 공략할 국가는 미국과 유럽이다.

◇20년 넘은 ESS 배터리 R&D, 제2의 전기차 신화 도전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시절인 2000년대 초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도전하면서 ESS용 배터리 개발도 함께 시작했다. ESS용 배터리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 소형 가전에 들어가는 배터리 대비 용량이 월등히 높다. 그만큼 구조 설계나 안전성 확보 면에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기존 배터리 개발과는 또다른 도전이었던 셈이다. 당시 대형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불투명했지만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연구가 지속됐다.

덕분에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특허를 다수 출원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특허청에 출원된 ESS용 배터리 관련 특허는 총 944건이었는데, 이 중 LG화학 특허가 41%를 차지해 경쟁사 중 가장 높았다. ESS용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출원 건수의 34%도 LG화학 특허였다.


첫 수주 성과는 2010년에 나왔다. 2010년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전력 피크와 대규모 정전 사고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탓이다.

LG화학은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회사 SCE에 가정용 ESS 배터리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에 ESS 배터리를 공급한 건 처음이었다. 이 레퍼런스는 2015년 미국 1위 전력회사 AES에너지스토리지와 공급 계약을 맺는 데 일조했다. 당시 기준 역대 최대인 1GWh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는 LG화학이 일본과 아프리카, 호주 등으로 ESS 배터리 영토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LG화학은 2020년에 앞서 공급했던 ESS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이듬해 미국 발전사 비스트라의 1.2GWh 규모 전력망 ESS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단일 ESS 사이트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ESS 프로젝트였다.

◇미국서 ESS용 LFP 배터리 2026년 양산중국 공장 라인 일부 전환도

2021년 이후 국제 사회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탄소중립'을 내세우면서 ESS 산업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유럽에서 가정용과 산업용 ESS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누적 10GW(유럽에너지저장협회 추산)다. 이는 2021년 대비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도 ESS 설치 규모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약 3.6GW였던 ESS 설치 규모는 지난해 5GW 수준으로 커졌고 올해는 9GW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미국과 유럽을 ESS 주무대로 삼은 건 이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미국에서 5년 내 ESS 매출은 3배 이상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현지에서 확보할 생산능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ESS 전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안을 확정했다. ESS용 LFP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건 글로벌 배터리 업계를 통틀어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총 3조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회사가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생산능력은 연산 16GWh, 양산 시기는 2026년이다. 이 신규 공장은 최근 배터리 업계 속도조절 분위기 속에서도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ESS용 LFP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 남경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LFP 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유럽에 처음으로 가정용 LFP ESS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럽 ESS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LFP 배터리의 성능과 기술력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ESS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은 김형식 상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정기인사에서 전임 ESS사업부장 장승세 전무가 ㈜LG 화학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빈자리를 채웠다.

김 상무는 1973년생(50세)으로 연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LG화학에서 전지 경영전략담당을 맡으며 회사가 13조원(2019~2024년) 규모의 배터리 사업 투자계획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이후에는 자동차·사업전략담당, 전략제휴담당 임원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지난 5월 현대차와 합작사 설립 합의 등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글로벌 ESS 시장의 성장국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아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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