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승부수]김승연 한화 회장이 매년 신년사 직접 읽는 이유사내방송 통해 직접 낭독…간략한 신년사 속 명확한 메시지 '도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04 07:45:5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2일 1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수년째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를 대신해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등장하는 게 어느덧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한화그룹 임직원들이 '회장님'의 건재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있다.바로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1월 2일이다. 김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직접 읽고 있다. 사내방송을 통해 김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이 전체 임직원들에게 중계된다.
김 회장은 2014년 초 공식적으로 경영활동을 중단한 뒤에도 매년 초 신년사를 발표하며 그룹이 가야 할 방향성을 직접 제시해왔다. 2024년 1월 2일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날 역시 신년사를 직접 발표했다. 보통 며칠 전 녹화한 영상이 송출되지만 이날은 김 회장이 신년사를 낭독한 뒤 바로 송출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분량은 길지 않았다. 전체 1100자 안팎의 짧은 신년사지만 한화그룹의 지향점은 그만큼 명확히 드러난다. 김 회장이 올해 강조한 건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다. 최근 몇 년 김 회장의 신년사에 등장한 어휘 가운데 가장 도전적이다. 그만큼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고 한화그룹이 가야 할 길 역시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김 회장은 기존 주력사업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어떤 사업인지 업종과 계열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방산과 에너지 사업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한화그룹 방산 사업의 성장세는 말그대로 독보적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불과 2년 만에 글로벌 방산기업 31위에서 2022년 9위 방산 기업에 오르며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한화오션을 출범시키는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김 회장은 올해 기존의 성장세를 이어나가려면 한층 치열한 도전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김 회장은 "익숙한 판을 흔들고 당연한 것을 뒤집는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업의 디테일에서부터 차별성을 만들며 한 발 앞선 결과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자"고 말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김 회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주 사업,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반도체 생산장비 및 로보틱스 사업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업 모두 당장 눈앞에 목표가 보이지 않고 갈 길도 멀다. 김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지체 없이 실행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매년 신년사에서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혁신'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시장의 거센 파도를 거뜬히 넘을 수 있는 한화만의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몇 년 전부터 거의 모든 대외활동을 김동관 부회장에게 맡기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도 김 회장이 아닌 김동관 부회장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 역시 김 부회장이 모두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행사 챙기기에 나선 건 한화그룹 임직원들에게 김 회장의 건재함을 보여주면서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직접 창립 71주년 기념사를 사내방송을 통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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