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위험등급 이슈]판매사 책임 강화…본격 시행 앞두고 재차 순연①1월서 3월로 또 두달 밀려…추가 지연 가능성도
황원지 기자공개 2024-01-11 13:58:19
[편집자주]
판매사에게 투자상품 위험등급 산정 의무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업계가 준비에 한창이다.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사에 직접 위험등급 산정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 발표가 늦어지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더벨은 판매사, 운용사, 펀드평가사, 사무관리사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상품의 위험등급을 판매사가 직접 산정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시행이 결국 3월로 연기됐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업계 준비가 아직 덜 된 상황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작년 말 시행을 코앞에 두고 관련 작업에 매진해 왔던 판매사, 펀드평가사, 사무관리사 등은 한숨 돌린 분위기다.연장 결정의 이유는 신설되는 펀드 위험 분류 기준 때문이다. 예전 기준인 표준편차에서 VaR로 기준을 바꾸면서 등급이 크게 달라지는 펀드가 발생했다. 당국이 새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으나,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 3월 이후로 시행이 더 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소비자 보호’ 목적…위험등급 산정 의무 운용사→판매사로
과거부터 투자상품 위험등급을 산정하는 건 원칙적으로 판매사의 몫이었다. 다만 제조사인 운용사가 산정한 위험등급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등급 사용이 허용됐다. 그간 실무적으로는 상품을 만든 운용사가 직접 위험등급까지 산정해 판매사에 넘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운용사와 판매사가 모두 관여하기에 법적인 책임을 누가 지는지는 모호한 상태였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위험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수시검사 결과, 운용사가 펀드의 위험등급을 변경했으나 이를 판매사가 반영하지 않고 판매한 사례가 수 건 적발됐다. 예컨대 운용사가 책정한 펀드 위험등급은 2등급으로 공격투자형이었으나, 판매사에서는 이보다 낮은 적극투자형 고객에게 이를 판매하는 오분류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작년 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을 발표, 산정할 권한은 운용사에 위임할 수 있으나 법적 책임은 위임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운용사가 산정한 등급을 직접 검증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판매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만든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투자협회가 표준투자권유준칙을 개정해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4분기였던 시행일이 올해 1월 1일로 밀렸고, 작년 말 시행을 1영업일 앞두고 급하게 3월로 연기를 결정했다.
◇분류 기준 표준편차→VaR로 변경…일부 펀드 등급변경 ‘문제’
발표가 늦어지는 건 상품군 중 펀드의 등급분류 기준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펀드의 위험등급 분류 기준을 표준편차에서 VaR(Value at Risk, 최대예상손실액)로 변경한다. 펀드는 설정한 지 3년이 지나면 그간의 변동성 관리 수준을 평가해 위험등급을 재조정한다. 변동이 크지 않게 수익률을 잘 관리했다면 등급을 한 단계 낮춰 덜 위험한 상품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VaR 방식이 표준편차보다 극단적 손실 위험을 측정하기 용이하다. 표준편차의 경우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를 위험값으로 측정한다. 손실 뿐만 아니라 이익의 변동성이 클 경우에도 위험값이 크게 측정된다. 하지만 VaR의 경우 손실만을 고려해 위험을 계산하기에, 위험등급 산정이라는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VaR 기준이 바뀔 경우 등급이 크게 달라지는 펀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당국은 작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출시 3년이 넘은 펀드의 등급 분류 기준을 제시했다. 97.5% VaR이 60%를 초과할 경우 1등급, 40~60%는 2등급, 20~40%는 3등급, 10~20%는 4등급, 1~10%는 5등급, 1% 이하는 6등급이다. 대부분 펀드가 표준편차 기준과 같은 등급을 유지했으나, 일부 펀드의 경우 변경이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VaR 기준을 통해 계산할 경우 기존과 등급이 크게 달라지는 펀드들이 일부 발생했다”며 “갑작스러운 변경이 생기지 않도록 기준을 재산정하는 시뮬레이션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aR 기준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다시 시뮬레이션을 돌려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일단 시행일을 2개월 늦췄으나 이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3월까지는 기존 표준편차 등급대로 고객 판매를 이어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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