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CEO 인사 코드]부회장단 교체한 2017·2024년, 무엇이 같고 달랐나①서든데스 발언→대규모 인적쇄신 공식 성립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15 07:40:28
[편집자주]
SK그룹이 2024년을 대비할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 부회장단 전원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이동했고 계열사 CEO 7명이 교체됐다. 2016년 정기인사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변화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등판 등 예상을 벗어난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기 의식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벨은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 인사에 담긴 코드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정기인사는 그해 기업의 상황을 반영한다. 경영상의 파고가 높을수록 새 인물을 전진 배치하기도 한다. 조직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심기 위해서다.SK그룹의 2017년·2024년 인사는 리더십 교체 폭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태원 회장(사진)이 변화를 앞두고 '서든데스(갑작스러운 죽음)'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등 복선을 깔았다는 점도 동일하다.
반면 2017년 인사 전에는 정치적 리스크로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이번 인사는 고금리 등 대외적인 리스크의 영향을 받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든데스' 발언 후 오너가 제외한 부회장단 2선 후퇴
2024년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부회장단 4인방의 2선 후퇴였다. '부회장단 일부 교체'라는 재계 예상을 깬 인적 쇄신이었다. 그룹 2인자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7년 만에 물러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들은 후배 CEO들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한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CEO 자리를 지켰다.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이사로 옮겨 회사의 기업공개(IPO) 추진을 맡게 됐다. SK그룹 건설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환경과 에너지,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IPO 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으려면 건설 외 사업에서 성과가 드러내야 한다. 장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부실한 사업들을 솎아내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인사에선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등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부회장들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2024년 인사와 같다. 재계에선 "역대 최대 폭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당시 그룹의 핵심 실세로 급부상한 인물이 조대식·김준·박정호·장동현 4인방이다. SK㈜ 대표이사였던 조대식 의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됐다. 김준 부회장은 SK에너지 대표이사에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C&C 부문 사장에서 SK텔레콤 사장으로 이동했고 SK텔레콤 사장이었던 장동현 부회장은 SK㈜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박정호 부회장은 2021년 인사에서 승진(사장→부회장)했고, 김준 부회장과 장동현 부회장은 2022년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자리에 올라 입지를 더 공고하게 다졌다.
최 회장은 두 차례의 큰 인사를 예고라도 하듯 '시그널'을 보냈다. 2016년 등기이사로 복귀한 그는 처음 개최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데스'를 언급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약 7년이 지난 2023년 10월, 최 회장은 그룹 CEO세미나에서 다시 한번 서든데스를 의제로 꺼냈다.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구체적인 메시지까지 같았다. 그룹이 처한 현실이 엄중하다는 최 회장의 진단이 담겨있었다. '서든데스 발언→인적 쇄신'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정치 리스크 겪은 2016년...새해 위기 대응 키워드는 '튜닝'
다만 위기의 원인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2016년 SK이노베이션이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고 SK텔레콤은 통신·유료방송 외에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주요 계열사가 사업적으로 녹록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SK그룹이 '최순실 리스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온 이후 뒤숭숭해진 내부 분위기였다. 당시 최 회장과 김창근 전 의장은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고 SK서린빌딩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 입장에선 대규모 인적 쇄신이 소란을 수습할 나름의 돌파구였다.
SK그룹이 최근 직면한 위기는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리스크, 고금리 등 대외 요인이 핵심이다. SK그룹은 글로벌 사업 최전선에 있는 반도체는 업황 둔화로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8조76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도 아직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요 둔화로 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대규모 투자는 지속되면서 SK그룹의 연결기준 차입금은 2022년 말 처음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최 회장은 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새 의장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이달 2일 재계 신년 인사회와 10일 CES 2024에서 모두 '튜닝'을 언급했다.
"경영도 매니지먼트도 튜닝을 잘해야겠다", "사업마다 조금씩 튜닝할 필요성이 있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는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전반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인력·자원 관리를 효율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기본에 충실한 SK가스…'경영성과' 반전 필요
- [SK그룹 인사 풍향계]'그림자 참모' 있는 곳엔 굵직한 변화…다음 행보는
- [2024 이사회 평가]주력사업 부진한 HS효성첨단소재, 독립성·다양성 개선 시급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더 악화할 '미·중 패권 갈등'이 기회
- [LG그룹 인사 풍향계]'안정 속 변화'에 무게…부회장 승진 인사 주목
- [재계 트럼프 연결고리]트럼프 1기 인사 영입한 LG…측근 지역구 대규모 투자 인연
- SK이노 'O/I' 추진 조직 신설, 내실 경영 속도전
- [SK 이사회 2.0 진화]거버넌스 체계,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 [2024 이사회 평가]OCI홀딩스, 안정적 육각형…자본효율성에도 '저평가'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세기의 이혼' 대법 본격 심리, 핵심 쟁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