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후보군 분석]에너지 수요반응 시장 선점한 그리드위즈, 실적 '강점'SK가스 등 주주 물량 보호예수 여부 관심
성상우 기자공개 2024-01-22 10:38:57
[편집자주]
지난해 코스닥 업계는 다사다난했다. 주가 변동폭이 커진 탓에 외부조달은 위축됐고 신사업 여지도 덩달아 줄었다. 덩치 큰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짐을 쌌다. 국내 첫 반도체 팹리스 유니콘인 파두 이슈는 여진을 강하게 남기기도 했다. 시장은 회복된걸까. 새해는 코스닥 선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간 악재에 대한 자정작용 노력과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투심이 돌아오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 문을 두드렸던 기업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더벨이 코스닥 출사표를 던진 이색업종 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리드위즈는 지난해 4분기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낸 후보군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큰 편이다. 코스닥 에너지 유망주로 알짜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특례 상장이 아닌 일반 상장 트랙을 밟는 덕분에 최근 불거진 ‘파두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수년간 꾸준히 영업이익을 창출해 올 정도로 사업성을 갖춘 데다가 성장성 높은 에너지 수요반응(DR)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점은 공모 과정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DR 시장 입지구축…2대주주 SK가스, 상장 이후 행보 "논의 중"
그리드위즈의 주력 사업은 다소 생소한 분야다. ‘수요반응(DR)’이라 불리는 이 영역은 버려지는 전력을 최소화하고 전력의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전체 사용자들의 수요 및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DR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PV △E-모빌리티 등 크게 4개의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력은 단연 DR이다. 1000억원이 넘는 전체 매출 중 70% 이상이 이 부문에서 나온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2022년 기준 그리드위즈에서 524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여기에 100% 자회사인 아이디알서비스가 DR관리 사업으로 755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낸 덕분에 연결기준으론 당시부터 이미 1300억원대 외형을 갖췄다.
아이디알서비스는 2020년 12월 지분 100%를 취득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한 곳이다. 피인수 당시부터 최대 운영 용량을 보유한 DR 사업자였다. 최근 기준 정확한 시장 점유율을 산출하긴 어렵지만 4.5GW(기가와트)로 추산되는 시장 전체 용량 중 그리드위즈(자회사 포함)가 점유하는 용량 비율이 가장 높다. 시장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M&A 결단도 주효했던 셈이다.
지난해 10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고 올해 상반기 중 코스닥 입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총 상장 예정 주식수는 공모주 140만주를 포함해 794만4065주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지배구조 관련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22년 말 기준 32.9% 지분을 갖고 있는 2대주주 SK가스다. 2017년과 2021년에 각각 이뤄진 시리즈(B, C) 투자 유치에 연속으로 참여해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엔 사실상 전략적 투자자(SI)로서의 지위를 행사 중이다.
최근 상장을 앞두고 재정비한 이사회에 SK가스 측 인사가 포함되기도 했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 고정석 SK가스 신재생에너지 담당임원이다. 지분율만큼의 의석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놓은 셈이다. 감사보고서에도 SK가스에 대해 ‘회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기재돼 있다.
다만 그리드위즈 관계자는 “(SK가스의 SI 여부에 대해) 확답해줄 수 있는게 없다”면서 “관련 사항에 대해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 SK가스가 그리드위즈 상장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주요 주주로 남을지 또는 순차적으로 엑시트에 나설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 보유 물량에 대해서도 자발적 보호예수 물량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 투자 유치 밸류 1500억…지난해 순익 '관건'
공모를 앞둔 시점에서 그리드위즈의 강점은 단연 탄탄한 실적과 준수한 성장세다. M&A로 편입시킨 아이디알서비스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그리드위즈 연매출은 2020년 300억원대에서 2022년 500억원대로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연결 기준으론 2021년도부터 2년째 1000억원대 매출 볼륨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역시 전년도 매출 1300억원대를 상회하는 외형 유지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2022년 기준 100억원대에 근접할 정도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
다만 2022년엔 순손실을 감수해야했다. 영업외비용으로 80억원대의 금융원가가 잡힌 탓이다. 비용 세부 내역을 보면 이자비용과 파생상품평가손실이 금융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기발행된 전환상환우선주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관련 전환 비용이 발생했고 전환권 등의 평가가치가 달라지면서 실제로 현금이 유출되진 않았지만 회계상 손실이 인식됐다.
올해 기준으론 해당 물량이 모두 보통주로 전환됐다. 더 이상 관련 금융원가가 발생할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전환과 맞물려 그간 재무상태표상 부담으로 작용했던 190억원대의 전환상환우선주부채 및 430억원대의 파생상품부채도 대부분 해소됐다. 보통주 전환에 따라 부채 규모가 크게 줄고 자본이 늘면서 2022년 800%를 넘겼던 부채비율은 올해 기준 10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시장 관심은 공모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밸류를 인정받을 지에 쏠린다. 그리드위즈의 마지막 투자 유치였던 시리즈C 단계에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는 1500억원 안팎 수준이다. 공모 시가총액이 이를 뛰어넘을 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여기에 피어그룹을 어떻게 산정할 지, 올해 상반기 증시에 대한 투심이 어떨지 등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드위즈 관계자는 “향후 사업 계획 및 신사업 여부에 대해선 아직 확답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면서 “공모와 맞물려 투자설명서상 공모자금 활용계획 등에 구체적 내용이 기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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