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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CEO 인사 코드]돌아온 '체질개선'의 해...최창원·박상규식 돌파구 주목⑤과거 고강도 사업재편 주도 공통점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25 16:29:51

[편집자주]

SK그룹이 2024년을 대비할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 부회장단 전원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이동했고 계열사 CEO 7명이 교체됐다. 2016년 정기인사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변화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등판 등 예상을 벗어난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기 의식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벨은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 인사에 담긴 코드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작년 말 인적쇄신은 최태원 회장의 여러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가장 깊숙한 곳에는 그룹의 성장동력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의 침체와 투자 환경 악화 등이 있다. 올해 SK그룹의 경영 목표가 사업 확장이나 투자보다 내실 다지기에 방점이 찍힌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 시선은 긴축 경영과 비주력 자산 매각 등을 주도할 인물에 쏠린다. 올해 그룹 전면에 배치된 새 리더 중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체질개선 전문가라는 공통 분모로 묶인다.

◇기획라인 근무한 최창원, 사업 효율화 주도 이력...렌탈 사업 강화한 박상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3남인 최 의장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SK그룹 2세 중 가장 공부를 잘해 차기 경영자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술, 담배 같은 건강에 해가 되는 걸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작은아버지인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과 큰형인 최윤원 전 회장이 지병으로 일찍 별세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그의 커리어에서 사업구조 재편을 빼놓을 수 없다. 최 의장은 1994년 SK그룹에 입사한 이래 줄곧 기획라인에서 근무하며 계열사의 조직을 정비하는 일을 도맡아왔다. 그는 19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명예퇴직제를 도입했다. 인적자원을 재구성하고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었다는게 당시 설명이다.


최 의장은 이후에도 워커힐호텔과 SK상사(현 SK네트웍스)에서도 조직 쇄신을 이끌었다.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을 당시 섬유사업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그가 경영자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건 사업구조와 조직 역량, 조직 시스템, 인력 자원 등이다. 이 중 사업구조에서 비효율이 쌓였다고 판단하면 업무 재설계에 돌입한다. 인력감축과 비용절감, 수익성 낮은 사업 축소 또는 철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후에 실행에 나선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내부에서 먼저 찾아야한다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박 사장은 1987년 유공에 입사한 이후 SK㈜ 기획담당, SK네트웍스 S-Movilion 본부장, SK㈜ 비서실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사업재편에서 두각을 드러낸 시기는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에 부임한 2017년 이후다.

박 사장은 2020년 전국 500여개 직영 주유소를 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1조3000억원에 넘겼고 서울 명동 사옥을 매각(약 900억원)했다. 제주 골프장(현 SK핀크스)은 3000억원에 팔았다. 모두 같은 해에 단행한 딜이다.

확보한 자금은 SK렌터카, SK매직 등 렌탈 사업 강화에 사용됐다. 사업재편으로 SK네트웍스 연매출은 2017년 15조2000억원에서 2022년 9조7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0.9%에서 1.6%로 개선됐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2.5%로 수익성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올해 비주력자산 매각 속도 빨라질 듯

다음 관심사는 올해 두 리더의 '선택과 집중'이다. 비주력자산 매각은 필연적일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매번 매각 예상 자산에 거론된다. 2022년에 SK동남아투자법인 매각을 검토한 적이 있어서다. 이 법인은 2018년 이후 SK㈜와 SK E&S,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5개사가 2억 달러씩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베트남 최대 기업 빈 그룹에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해 지분 6.1%를 확보했고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에 4억7000만 달러(지분 9.3%)를 투자했다. 그러나 주요 투자 기업들의 실적 하락으로 2019년 이후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K㈜는 작년 8월부터 중국 동박기업 왓슨 지분 매각도 추진해왔다. SK㈜ 2019~2020년에 걸쳐 3800억원을 투자해 론디안왓슨의 지분 30%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론디안왓슨은 왓슨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다. SK그룹이 이미 SK넥실리스라는 동박 회사를 보유한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중국 동박 회사에 대한 매력도가 반감된 영향 등이 엑시트 이유로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 주요 계열사 및 지분율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00% 자회사들의 지분을 활용한 유동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윤활유 계열사인 SK엔무브(당시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1조1000억원을 조달한 적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는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어스온 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필요한 곳에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분 100% 자회사들은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 새해 첫 자산 정리 사례는 SK매직의 가전사업부 일부 매각이었다. 가스레인지·전자레인지·전기오븐 등 3개 품목의 제조·판매·유통 영업권이 매각 대상으로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경동나비엔이 선정됐다. 예상 양도가액은 400억원이다.

SK네트웍스 산하의 SK매직은 지난해 SK머티리얼즈 BM혁신센터장 출신의 김완성 대표이사를 새 리더로 맞이한 이후 꾸준히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그가 M&A 전문가인데다 렌탈 사업과 무관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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