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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전쟁]롯데칠성음료의 장기 플랜 '국내 정통 생산 위스키'③제주도 공장 부지 재검토, 고비용에도 신동빈 회장 의지 반영

홍다원 기자공개 2024-01-26 12:32:06

[편집자주]

반짝 유행일 줄 알았던 위스키가 '스테디'가 됐다. 매년 최고 수입액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3만톤을 넘어섰다. 소비층이 두터워지고 위스키 라인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골든블루,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은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위스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전략과 재무 구조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로'와 '제로'를 성공시킨 롯데칠성음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류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정통 위스키에 방점을 찍었다. 2021년부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의지를 드러내 온 국내 위스키 생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스키 사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 프로젝트다. 롯데칠성음료가 아직은 증류소 생산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실제 생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위스키 생산과 함께 위스키 박물관 등 관광 명소로 활용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위스키 병입 넘어 생산까지…주류 사업 확대 과제

롯데칠성음료가 위스키 유통을 시작한 건 국내에서 고급 위스키 시장이 확대되고 있을 때인 1990년대 초부터다. 1997년 8월 스카치블루 21년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만 들여와 병에 넣은 후 국내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당시 몰트위스키 원액을 직접 병입해 주목받았지만 위스키는 롯데칠성음료의 주 무대가 아니었다. 롯데칠성음료 매출에선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음료 부문이 독보적이다. 최근 새로의 성공으로 주류 부문 매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2023년 3분기 말 기준 음료 매출 비중은 71.6%, 주류 매출 비중은 28.4%에 불과하다.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에 치우친 매출 부문을 주류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류 매출을 늘리면서도 신사업 동력으로 위스키를 점찍었다. 스카치블루 등이 포함된 스피리츠 매출 비중은 1.1%에 그쳤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스피리츠 부문 매출액은 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어났다.

롯데칠성음료가 위스키 시장에서 가진 원대한 목표는 국내 생산 정통 위스키다. 신 회장이 지난해 롯데칠성음료 공동 대표이사로 3년 만에 롯데칠성음료 경영에 복귀하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착공 계획 밀린 위스키 증류소, 관광 사업 '시너지'

문제는 국내 생산 위스키가 모습을 드러내려면 생각한 것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일본 산토리의 '야마자키' 또는 '히비키' 위스키 브랜드 역사는 100년을 넘어간다. 일본 위스키의 시작인 야마자키 증류소가 세워진 건 1923년이었다.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생산 위스키 계획도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스키는 12년산, 17년산, 21년산 등 오래 숙성할수록 가격이 뛰고 희소성이 커진다. 지금부터 생산하더라도 20~30년은 지나서야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당장 수익이 나는 모델이라기보다는 적어도 1년 이상을 지켜봐야 하는 사업인 만큼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장기 투자 사업인 점에서 애주가인 신 회장의 국내 생산 위스키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신 회장은 2021년 롯데칠성음료에 제주 신사업팀 조직을 신설하고 현지 주스 공장 부지에 위스키 증류소를 지으라 지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주 증류팀'을 신설했고 영국 스코틀랜드의 유명 증류소인 '아드백' 출신 전문가도 영입했다.

이후 공장 인허가가 지체되면서 사업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주도 서귀포 제주감귤공장 부지에 '기타 증류주 및 합성주 제조업 추가'를 허가받으려고 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증류주 제조업 업종을 추가하면 폐수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따라서 공장을 지을 부지 자체를 서귀포 내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증류소 설립과 동시에 위스키 숙성고를 갖추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해서다. 부지 재검토로 자연스럽게 증류 공장 작업 시기와 제품 생산 시기도 미뤄지게 됐다. 롯데칠성음료가 예상했던 증류 작업 시기는 2025년 말에서 2026년 제품 생산 시기는 2029년 말~2030년 초였지만 시간이 더욱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허가만 난다면 위스키 사업 추진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영국 스코틀랜드 증류기 기업인 포시스(Forsyths)와의 계약도 마무리했다. 포시스는 글렌피딕, 맥캘란 등 유명 위스키 제조사에 위스키를 납품할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호주 등 증류기를 수출하고 있다.

향후 활용 방법도 다양하다. 증류소 착공이 완료된다면 앞으로 고객을 모을 체험형 공간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위스키 제조공정 관람·시음 등 체험 활동이 가능한 위스키박물관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롯데칠성음료는 새로를 생산하는 강릉 공장에 브랜드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리적, 환경적 여건으로 증류소 공장 건립을 위해 다른 부지를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위스키 숙성고를 세우기 위한 넓은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허가 이후로는 사업을 구체화하는데 속도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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