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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롯데그룹 주관사단 대형화 놓고 증권사 '동상이몽'기존 주관사는 '경계', 신규 합류 증권사는 '기회'..."크레딧 리스크에 불가피한 선택"

김슬기 기자공개 2024-01-29 13:02:5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공모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공모채 시장에 나온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적게는 6개 많게는 8개의 대표주관사를 쓰고 있다. 인수단까지 하면 10개가 넘는 증권사가 롯데그룹 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주관사단 대형화를 보는 증권사 IB들의 시각은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다. 이미 관계가 잘 구축된 증권사들의 경우 주관사가 많아지는 데 대해 경계할 수 밖에 없고 새롭게 합류하는 곳들은 롯데그룹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커버리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 롯데지주, 세일즈 담당 증권사만 14곳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에만 롯데그룹 계열사 4곳이 공모채 시장에 등장했다.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롯데지주, 호텔롯데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이날에는 롯데렌탈이 2·3년물로 1200억원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공모채 발행 특징은 유난히 대표 주관사가 많다는 점이다. 인수단까지 포함하면 10곳을 훌쩍 넘는데다가 많게는 14곳의 증권사를 쓴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모집액을 감안하면 한 곳당 평균 100억~200억원 사이의 물량을 담당한 것이다.


첫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쇼핑의 경우 총 8곳의 주관사와 4개의 인수단을 쓰면서 총 12개의 증권사가 공모채 세일즈를 진행했다. 그 결과 2500억원 모집에 총 1조145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인했고 3350억원까지 증액발행에도 성공했다. 금리 역시 2년물은 개별민평 대비 -3bp, 3년물 +4bp, 5년물 -1bp 수준에서 발행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증권사를 섭외한 곳은 롯데지주였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6곳이지만 인수단을 IBK투자증권, 부국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8곳으로 꾸렸다.

롯데지주는 총 2600억원 모집에 73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인했다. 3000억원까지 증액발행했지만 초대형 주관사를 꾸린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신용평가사 정기평가를 통해 신용등급이 하락, AA0에서 AA-로 강등됐던만큼 기관투자자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 발행사, 주관사단 확대로 리스크 분산…일부엔 커버리지 확대 기회 발판

주관사단을 대형화한다는 것은 각 개별기업이 가진 크레딧 리스크를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롯데그룹 전반으로 번진 크레딧 리스크는 그룹 핵심인 롯데케미칼의 부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0(안정적)으로 하향조정, 그룹 계열통합 신용도 하락했다. 계열사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강등은 실적 부진과 더불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부담, 롯데건설 유동성 확보 등이 연쇄적으로 겹쳤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지분 44.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당초 1월 발행을 예고했던 롯데케미칼은 주관사단을 확보해두고도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곳곳에 상존한 크레딧 리스크 때문에 주관사단을 크게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롯데렌탈의 경우 한국신용평가만 AA-(안정적)로 평가하고 있고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A+(안정적)로 보고 있다. 등급이 엇갈린만큼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롯데그룹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증권사 IB의 입장은 엇갈릴 수 밖에 었다. 이전에 관계가 없던 증권사 입장에서는 롯데그룹을 잡는 게 도움이 된다. 롯데그룹은 전체 회사채 발행그룹 중 SK그룹과 LG그룹 다음으로 조달 규모가 크다. 2022년 3조6820억원, 2023년 4조2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찍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단이 확대되는 것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는다"라며 "롯데그룹은 시장 내 부정적인 시각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주관사단을 늘려서 세일즈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에선 소수의 주관사만 참여하게 되면 물량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롭게 롯데그룹과 인연을 맺는 증권사는 커버리지 강화 기회로 보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인수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표 주관사 지위를 얻긴 어렵다"며 "인수단에서 세일즈 능력을 보여주면 다음 기회에는 주관사단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커버리지를 확장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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