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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VC 로드맵]하태훈 위벤처스 대표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1000억 펀드레이징 목표, '에너지·방산·반도체' 유망기업 발굴 총력

이기정 기자공개 2024-01-31 08:19:48

[편집자주]

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혹한기를 보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바이벌에 성공한 곳과 실패한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주요 VC 수장들의 올해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각 하우스 별 펀딩, 투자, 회수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시장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혁신 기업은 꾸준하게 등장해왔다. 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성장하는 기업의 모습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인했기에 이번에도 위축되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에도 위벤처스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던 길을 뚝심있게 걸어갈 것이다."

최근 더벨과 만난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사진)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올해 벤처투자 시장은 긍정적인 이슈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위벤처스는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잘하던 것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위벤처스는 지난해 투자와 회수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앞서 결성했던 펀드들의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신규 펀드레이징도 계획하고 있다. 또 세컨더리와 LP지분유동화 등 펀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시장 위축에도 '투자·회수' 뚝심 유지…"정상 찾아가는 과정"

하 대표는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를 진행할 때 높은 밸류에이션을 따라 급하게 투자하지 말자는 원칙 하나만 바꾸고 기존의 전략을 그대로 고수했다"며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위벤처스의 지난해 투자액(VC+PE)은 총 980억원으로 전년 847억원 대비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순위는 26위에서 14위로 급등했다. 다른 벤처캐피탈(VC)이 투자에 망설일 때 위벤처스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셈이다.

그는 "지난해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스타트업들의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며 "그동안 과하게 높아졌던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차차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진단했다.

위벤처스는 지난해 회수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달성했다. VC와 PE를 합친 총 회수액은 3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458억원 대비로는 감소했지만 지난해 회수 시장이 경색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기록이다. 대표 회수기업으로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라라잡 등이 있었다.

하 대표는 "사실 IPO(기업공개) 시장 위축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스럽게 수백억 규모의 회수에 성공했다"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IPO가 예상보다 무난하게 이뤄진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프로젝트와 사모펀드를 각각 1개씩 조성했다. 프로젝트 펀드로 83억원 규모의 'WE시그니처블랙펀드3호', PEF로 '신한위벤처뎁1호사모투자 합자회사(203억원)'를 결성했다. Co-GP 비율을 고려한 연간 펀딩액은 185억원이다.

◇'LP지분유동화·초기투자' 펀드 결성 예정…"투자 쉬지 않겠다"

하 대표는 올해 1000억원 이상의 펀드레이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결성한 'WE LP지분유동화펀드 1호'의 소진이 1년만에 마무리되면서 신규 LP지분유동화펀드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추가로 초기투자 관련 펀드도 하반기 투자 집행을 마치고 펀딩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LP지분유동화펀드는 세컨더리 성격을 결합해 조성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딥테크나 글로벌과 관련한 펀드도 후보지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드 운용 다각화를 통해 회사가 가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 부문에서는 수소 등 에너지와 방산 분야를 주시하고 있다. 또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등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간다. 하 대표는 "AI(인공지능), 로봇, 기후·환경, 실버 테크 등도 향후 성장이 꼭 필요한 섹터"라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투자는 쉬지 않을 계획이다"라며 "VC의 역할은 위기를 돌파하려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수가 기대되는 기업으로는 인공위성 스타트업 '루미르'를 꼽았다. 또 지난해 상장했지만 아직 회수가 끝나지 않은 자외선 차단 원료 생산 기업 '에이에스텍'과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퀄리타스반도체'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 대표는 "해가 거듭될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어떤 호흡으로 투자에 나서고,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해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에 대해서는 더 신경을 쓰겠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잘했던 것을 이어가자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급부상, 버티컬 산업 강점 가진 '일본 시장' 파고들 것

하 대표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부지런히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주목하고 있는 다른 VC와는 달리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이 AI 개화기와 맞물려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그는 "투자를 하기에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가진 일본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맞는다"며 "다만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가진 아날로그 기술력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AI에 버티컬 산업이 결합된 모델이 시장에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일본의 '장인' 문화와 AI가 합쳐진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아직은 구상만 하고 있는 단계로 올해 실현 가능성을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도 스타트업들이 주눅이 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안되지만 당초 낮은 가능성으로 시작했다는 점을 되새기자는 조언이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세상이 평온할 때는 새로운 혁신이 많지 않았다"라며 "어렵고 힘들때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혁신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이 이와 같이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시기"라며 "혁신의 등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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