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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골든 크로스 [thebell desk]

김경태  산업2부 차장공개 2024-02-07 08:03:46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에 지난 10년은 격변의 시간이었다. 2014년 5월부터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와병이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을 이끌기 시작한 초반 자신감 있는 행보에 나섰다. 2016년 11월 하만을 80억달러(당시 한화 약 9조3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국내기업이 추진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M&A다.

하지만 2016년 11월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정치적 격변에 휘말리면서 이 회장은 많은 시간을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소요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사법 리스크는 7년 넘게 지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법정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창업한 이래 가장 오랜 시간, 강도 높은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법정구속과 석방을 오갔다. 구속 기간에도 변호인과 접견해 옥중에서 일부 대화를 할 수는 있었겠지만 온전한 자연인 상태에서 경영에 집중할 때와는 비교불가다. 2020년부터 시작된 삼성물산 합병 소송 공판에는 한 달에 2~3번꼴로 출석했다. 그는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을 비롯해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한 매번 법원을 찾았다.

이 기간 삼성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사라지면서 총수 부재 상황에서 그룹 전체를 아우를 구심점이 없었다. 사업지원TF가 있었지만 책임과 권한이 미전실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미전실의 해체는 곧 그룹의 해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그들이 쓰는 언어도 변했다. 미전실이 없어진 뒤 삼성에서는 '그룹'이라는 단어를 자제한다. '계열사'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이며 '관계사'라고 지칭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가 5일 삼성물산 합병 소송 1심에서 이 회장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중차대한 시점에 이 회장과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 관계사' 전체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이 컨트롤타워 재구축 등 당면한 여러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 구성원 스스로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큰 변화를 만날 지 모른다.

재계, 글로벌 경쟁사에 미칠 파장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되던 시점에 반도체 등에서 경쟁 기업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낳았다. 이제 수세와 공세가 번갈아 발생하고 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거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이 회장이 겪는 사법 리스크의 '엔딩 크레딧'이라 말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검찰의 항소와 국민연금의 추가 소송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2심과 3심, 다른 소송이 이어져도 삼성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을 듯싶다. 이 회장 역시 부담을 크게 던 상태이고 이미 예상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져도 이 회장은 이전처럼 단 한 번도 휠체어를 탄 모습을 노출하지 않고 묵묵히 법원을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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