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의식 '삼성물산', 달라진 IR 전략 첫 콘퍼런스콜 진행, 음성·영문 스크립트 공개…외국계 행동주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
신상윤 기자공개 2024-02-06 08:00:18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달라진 IR(Investor Relations) 전략을 선보였다.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온 행보라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은 역대 처음으로 경영 실적과 관련한 온라인 콘퍼런스콜을 진행하고 대내외에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외국 투자자를 의식한 듯 영문 스크립트도 제공하는 등 달라진 IR 행보에 나섰다.◇예상 밖 첫 콘퍼런스콜 IR, Q&A도 진행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 2023년도 잠정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마다 반복됐던 경영 실적 발표이지만 이번에는 예년과 다른 IR 전략을 선보였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경영 실적 발표일에 홈페이지를 통해 IR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IR 보고서와 함께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삼성물산 각 사업부 경영지원팀장급 임원이 나서 경영 성과와 올해 전략들을 직접 발표하는 오디오 파일이 함께 제공됐다. 이날 삼성물산 IR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임원은 전사부문의 배영민 IR금융팀장과 건설부문 한선규 경영지원실장, 상사부문 허영우 경영지원팀장, 패션부문 안상욱 경영지원담당, 리조트부문 이채성 경영지원팀장 등 5명이다.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각 사업부문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임원들이다. 삼성물산이 경영 실적 및 전망과 관련해 IR 콘퍼런스콜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투자자들과 소통이 원활한 임원들로 발표자들을 추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콘퍼런스콜은 올해 매출과 수주 전망을 시작으로 각 사업부문 IR로 이어졌다. 이날 삼성물산은 매출과 수주 전망을 각각 42조원, 18조원 등으로 제시했다. 이는 2023년도 매출액 41조9000억원 및 수주액 19조2000억원보단 적은 규모다.
이에 대해 배영민 IR금융팀장은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지속하겠다"며 "반복 고객과 기존 사업을 연계해 안정적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신사업 분야로 수주를 본격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부문 등 각 사업부문이 올해 중점 전략 방향 등을 투자자들과 공유했다. 삼성물산은 약 20분 넘게 진행된 실적 및 경영 전략 설명 뒤 국내외 투자사 애널리스트와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애널리스트 8명이 삼성물산에 질문을 남기면 각 사업부문 담당자 혹은 전사 배 팀장이 답변을 남기는 형식으로 30분가량 이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물산 경영 실적과 올해 가이던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요청과 더불어 이날 경영 실적과 함께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 및 1조원 투자 전략 관련 질의를 던졌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지난해 공개했던 5년간 전량 소각하려던 자사주를 오는 2026년 이내에 마치기로 하는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추가 발표했다.
◇영문 스크립트 제공, 외국계 헤지펀드 행보 눈길
삼성물산 IR 활동은 실적 보고서를 공개하는 선에서 그쳤다. 조금 더 나아간 행보가 연간 수주 및 매출 전망 수준이다. 그러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전년도(2022년) 경영 실적과 더불어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5년 내 전략 소각하고, 관계사 배당수익 60~70%를 배당금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위치상 가지는 위치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18.26%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거점 역할을 한다. 삼성물산이 그룹 내 지주사는 아니다. 다만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안은 지배구조 재편의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지난해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을 두고 많은 관심이 모였다. 여기에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콘퍼런스콜 형태의 IR 행보를 넓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또 있다. 콘퍼런스콜의 주요 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해 공개한 것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을 위한 행보다.
이를 두고 최근 삼성물산을 향한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행보가 맞물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안다자산운용과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은 최근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제고했다. 지난해 말에는 팰리서캐피탈을 비롯해 다수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삼성물산을 타깃으로 삼았다.
또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소송까지 벌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쏘시어츠 엘.피.'는 최근 약정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삼성물산은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의 변화된 IR 활동이 일련의 과정과도 맞물린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콘퍼런스콜과 같은 형태로도 적용해 본 것"이라며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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