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감원 정책기조]이복현 원장, ‘공정한 금융’ 앞세워 시장 안정화 매진①'안정·민생·신뢰·미래' 기반 근본적 해소책 제시…'잘못된 관행' 강경대응 시사
고설봉 기자공개 2024-02-06 12:00:05
[편집자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3고 현상’과 글로벌 분쟁 여파로 실물경제 리스크가 커졌다. 부동산 PF 위기는 우리 경제 부실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소비자들은 ELS 사태로 혼란이 가중됐다. 공매도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도 리스크 요인이다. 금감원은 한층 더 시장에 밀착해 위기를 진화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다. 혁신을 거듭하며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는 이복현호 금감원의 2024년 정책 기조를 살펴보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중점 추진하고자 하는 감독 방향인 ‘공정한 금융’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2024년 금융감독원의 정책 기조 핵심은 공정이다. 대내외 변수가 커지고 그에 따른 리스크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를 진정할 해법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공정을 제시했다. 시장 질서를 회복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나가는 정공법을 통해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바로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 원장이 강조하는 공정 키워드는 결과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의 선진화로 귀결된다. 금융사의 단기 실적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시장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하면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눈 앞의 당면과제 해소에 급급하기보다 이슈 아래에 숨겨진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내 시장 안정화와 선진화를 동시에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안정화 위해 한층 더 정교해진 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4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핵심 원칙으로 공정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안정 △민생 △신뢰 △미래 등 4대 키워드를 통해 공정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2개의 핵심과제를 마련해 금융 감독 및 검사의 추진방향을 명확히 했다.
이 원장은 5일 있은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작금의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금융여건을 고려할 때 어느 과제 하나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금감원은 누구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깊이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올해 업무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단기 실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리스크관리에는 소홀한 채 단기적 이익은 사유화하고 뒤따를 위험을 소비자 등 사회에 전가하는 행태 등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집중 투자, ELS 불완전판매를 통한 과도한 성과급·수수료 수취 등을 언급했다. 최근 우리 금융시장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떠오론 두 가지 이슈를 예로 들었다. 그 기저에 공정하지 못한 관행이 있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근원적 해법이란 점을 분명히 제시했다.
더불어 이 원장은 “금융회사가 과점적 체제에 안주해 혁신이나 소비자 효익 제고 노력 없이 규제(라이센스) 차익을 향유하거나 금융사의 우월적 지위만을 이용해 소비자의 몫을 가로채는 행위를 엄격히 차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원장은 은행의 과도한 이자장사 및 부당 수수료 수취, 꺾기·보험금지급거절 등 부당 관행을 직접 언급했다. 전 국민에 걸쳐 소비자피해 빈도가 가장 높고 국민 실생활에 밀착돼 직접 피해로 연결되는 이슈들을 대표 예시로 삼았다.
이 원장은 “선량한 소비자의 재산을 갉아먹는 주가조작, 보험사기, 불법추심 등 파렴치한 민생금융범죄에는가장 강한 수준의 제재 등으로 일벌백계하겠다”며 “금융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들이 모은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증식시키는 일이며 이는 금융회사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금융시장 환경 등 제반 요건을 신중히 감안해왔으나 올해부터는 시장 질서를 엄격히 바로잡고자 한다”며 “고객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 하에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 원칙 기반 시장 이슈를 토대로 핀셋 해법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은 추진 속도가 빠르고 방식도 정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실화된 주요 현안을 진화하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시스템을 보완하고 선진화해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이다. 4대 키워드는 일종의 길라잡이다.
금감원 업무계획 첫째 목표는 금융시장 안정이다. 대내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잠재된 부실위험이 가시화되는 등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특히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는 우리 경제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해 개별 자산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해 나가겠다”며 “부실자산에 묶여있던 자금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가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두번째 업무계획 목표는 금융소비자 편에 서서 감독행정을 펼치는 것이다. 이 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충분히 제고될 수 있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금융 관행개선을 추진하겠다”며 “민생침해 금융범죄로부터 국민을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공정금융 추진위원회’ 운영을 통해 현장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적극 발굴한다. 또 온라인 신고센터 등 다양한 소통채널을 마련하고 전사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어 민생침해 금융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원내 대응 협의체’를 설치하고 예방부터 단속, 피해구제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총력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 세워 나가는 것이 업무계획 세번째 목표다. 특히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등을 근절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문제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함께 피해 반복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함께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이 꼽은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대표 사례는 최근 이슈가된 글로벌 IB들의 공매도와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다.
이 원장은 “국민의 재산형성 지원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과제”라며 “소비자를 위협하는 불법·불건전행위 인지시 검사인력을 즉시 집중 투입하고 통합 연계검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조기에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금융위와 함께 기관-개인 간 거래조건을 균등화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지수 ELS와 관련하여서는 확인된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미래성장을 위한 금융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감원은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화의 급속한 진전에 흐름에 맞춰 금융회사들이 혁신을 지속하고 소비자가 안정적인 환경하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사이버 보안 강화,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데이터결합 및 AI활용에 대한 규율체계 개선 등이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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