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그리는 중동의 붐]'10년 R&D 빛났다' 팀 네이버 시너지 극대화③석상옥·김유원·하정우 역할 부각, 연매출 25% 연구비 지출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13 07:37:53
[편집자주]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700조원 내외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 의지를 가진 국내 IT기업으로 국한해보면 네이버가 가장 적극적이다.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로 구성된 '팀 네이버'가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네이버를 넘어 한국 IT업계의 '중동의 붐'이 실현될 전망이다. 네이버 사우디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성공한 배경으로 네이버랩스와 네이버클라우드의 지원사격이 꼽힌다. 네이버 역시 3사를 '팀 네이버'로 지칭하면서 계열사 간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일련의 과정에서 두 회사의 중역인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노베이션 센터장 등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연초부터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와 사우디로 향하는 등 네이버의 중동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씽크탱크' 네이버랩스, 디지털 트윈 기술 내재화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 검색 기업으로 시작한 네이버가 사우디 파트너로 지목된 건 기술의 중요성과 기술에 집착한 네이버의 노력이 합쳐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팀 네이버 일원인 네이버랩스는 2013년 네이버의 사내 기술 연구조직으로 출범했다. 당시 모바일 전환에 성공한 네이버의 '넥스트 모바일'을 준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2017년에는 분사하면서 글로벌 기술 트렌드의 기민한 대응에 박차를 가했다.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개념인 디지털 트윈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강국들도 준비 중이다. 다만 도심과 같은 대규모 공간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갖추는 기술력까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랩스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석 대표는 지난달 사우디 최고 공과대학으로 불리는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KAUST)에서 열린 'WEP(Winter Enrichment Program) 워크샵'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맡았다. KAUST는 현지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네옴 브레인'으로 여겨진다.
그는 현장에서 디지털 트윈, AI, 로보틱스 등을 거론하면서 "네이버랩스는 물리 세계와 이용자를 네이버 서비스와 연결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팀 네이버는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석 대표가 언급한 키워드 중 로보틱스는 네이버랩스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네이버랩스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실내 공간 매핑 기술이 대표적이다. 매핑 로봇으로 실내 공간을 스캔하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브레인리스로봇 기반 실내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이 골자다.
이 중 실내 공간 매핑 기술은 지하철 역사, 멀티플렉스, 공항 등 GPS 사용이 제한적인 지역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 등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가 끝난 상태다. 서울시 S-MAP도 네이버랩스 기술 토대로 만들어졌다. 일본 소프트뱅크와는 도쿄 일부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동맹전선 강화하는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만큼이나 네이버클라우드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3년 사용자의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의 데이터센터 '각'을 춘천에 세웠다. 10년간 한 차례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기록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네이버는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구축하고 있다.
김 대표와 하 센터장도 올해 초 사우디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현지에서 사우디 고위층 면담은 물론 다양한 관계자들과 회동하면서 네옴시티 외에도 여러 사업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법인이 설립되면 이들도 채 대표와 함께 중대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 측면에서는 또 다른 시너지 창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말 에이에스티홀딩스와 사우디 사업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에이에스티홀딩스는 25년 이상 업력을 가진 업체로 웹, 확장현실(XR) 등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팀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이달 5일에는 NHN클라우드와 AI 동맹을 맺었다. 국내 클라우드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 간 만남으로 이목을 끌었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멀티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공 및 교육 부문 대규모언어모델(LLM) 사업 등을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 중심으로 업계의 연대를 강화해 국내 AI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매년 매출의 22~25% 정도 비중으로 R&D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전반을 봐도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약 2조원의 비용을 R&D 분야에 썼다. 그동안 네이버랩스에 출자한 누적 금액은 36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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