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을 움직이는 사람들]호기심 많은 '일잘러' 이석희 사장의 배터리 도전①엔지니어-교수-CEO 이력 주목...SK온 생산·기술 끌어올릴 적임자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21 13:45:35
[편집자주]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의 성장 속도가 매섭다. 2023년 역대 최대 매출(12조897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매분기 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배터리 수주 잔고는 400조원까지 늘려 중장기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다만 2024년은 전기차 업황 둔화에 따른 '배터리 보릿고개'가 드리운 상황. 올해 첫 분기 흑자에 도전하는 SK온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SK온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석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제조업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SK온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6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전문가가 배터리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왔다. 작년 말 SK그룹 정기인사에서 SK온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석희 사장(사진) 얘기다. SK하이닉스 CEO를 지낸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 9개월 만에 다시 부름을 받은 것도 의외였지만 행선지가 SK온이라는 소식에 모두가 주목했다.
올해는 배터리로 업종을 바꿔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기차 수요 감소라는 악재 속에 '흑자 전환'이라는 중책을 안게 됐다.
◇호기심이 곧 동력...엔지니어·교수·CEO 넘나든 커리어
이 사장은 1965년생(59세)으로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미취학아동 시절 마당에 있는 자갈을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 불에 올려놓고 쪼개질 때까지 관찰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에서 무기재료공학 학·석사 과정을 밟은 후 1990년 현대전자(SK하이닉스 전신)에 병역특례로 입사해 선임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당시 연구소에서 반도체 소자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 연구를 하다 세계 3대 반도체 학회인 IEDM에 논문이 실리는 경험을 했다. 사내 최초 성과였다. 기숙사에 살면서 매일 새벽까지 해외 반도체 논문과 자료들을 읽었던 게 지적 체력이 됐다.
이는 반도체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 욕구로 이어졌다. 이 사장은 5년간의 병역특례 기간을 마치자마자 미국 유학을 떠났다. 2000년 스탠포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입사했다. 인텔은 당시 업계 최초로 '스트레인 실리콘' 기술을 개발 중이었는데 마침 이 사장이 깊이 파고든 분야와 일치했다. 이는 트랜지스터를 통과하는 전자의 움직임에 대한 영향을 줄여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인텔에선 10년간 근무하며 1년에 최고기술자 한 명에게만 주는 '인텔 기술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회사에서 먹고 자며 연구과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결과였다. 그는 당시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2010년에 귀국한 이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과 교수에 부임했다. 반도체 소자 연구를 이어가면서 후학도 양성할 수 있는 교수직은 기업에서 느낄 수 없는 보람과 의미를 주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 사장이 SK그룹의 영입 제의를 받은 건 2013년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이끌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교수직을 마지막 커리어로 생각하고 있던 이 사장은 고심했다. 주변에선 안정적인 교수직을 포기하는 그를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SK하이닉스라는 큰 조직에서 여러 엔지니어와 호흡하는 게 후학 양성보다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더 빠르고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2013년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전무)으로 입사해 2014년 D램개발사업부문 부문장(부사장), 2016년 사업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2018년 12월 CEO 자리까지 올랐다. 1~2년마다 승진을 거듭한 셈이다. D램 미세공정 기술 개발, 수율 안정화 등이 그의 대표적인 성과로 손꼽힌다.
이 사장이 CEO로 재직한 첫해인 2019년은 공교롭게도 반도체 초호황기가 끝난 시점이었다. SK하이닉스는 그해 영업이익(2조7127억원)이 2018년(20조8437억원) 대비 87%나 줄었다. 그러나 2020년 영업이익 5조126억원, 2021년 12조4103억원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2021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 약 10조원 규모의 빅딜로 당시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고루 갖추려는 전략이었다. 다만 낸드플래시 사업은 빅딜 이후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제조업 전문가 급한 SK온으로 화려한 '컴백'
SK그룹의 부름을 받은 건 2022년 3월 SK하이닉스를 떠난 지 1년 9개월 만이다. SK온은 2021년 10월 분사 후 합작법인 투자와 수주잔고 확대 등 외형 확장에 주력해왔다. 2019년 이후 가동하거나 건설을 개시한 해외 배터리 생산공장은 총 11개다.
2025년이면 15개까지 불어난다. 배터리 수주 잔고 400조원(2023년 말 기준)을 감당하기 위해 벌린 신규 투자들이다.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신제품 개발로 미래 대비도 병행해야만 했다.
문제는 정유·석유화학 사업이 모태인 SK그룹에 정통 제조업 커리어를 밟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 이 사장이 구원투수로 낙점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SK온은 올해 첫 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업황 둔화가 올해 상반기까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올해 투자 집행과 생산량 조절을 통해 배터리 수요 위축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SK온 CEO에 부임한 이후 분 단위로 회의, 외부 미팅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에 평소보다 잠을 줄였다는 후문이다. 그는 새해 SK그룹 근무 기조에 발맞춰 임원들과 7시에 출근하고 있다. 조기 출근 시간을 각 부서 임원간 교류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장은 배수의 진도 쳤다. 그는 이익 흑자로 턴어라운드하기 전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선승구전(先勝求戰)'을 언급했다. "이기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싸움에 임한다"는 뜻이다. 이는 과거 SK하이닉스 CEO 취임사에 담았던 말과 같다. SK하이닉스 CEO를 맡아 위기를 넘었던 기억을 되내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그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독서다. 주로 해석학이나 중세 유럽 역사를 다룬 책을 읽는 걸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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