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긴 법정 다툼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지난달 대법원이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주식 양도 절차도 진행됐다. 한앤컴퍼니는 판결 후 지분 양수 대금을 홍원식 회장에게 입금했고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60년간 지속된 남양유업 오너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이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앤컴퍼니는 지난한 법정 다툼을 마다하지 않았다. 2021년 5월 홍 회장과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주당 82만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일사천리로 끝날 거 같던 협상은 홍 회장의 변심 탓에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한앤컴퍼니는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 재무적투자자(FI)에게 소송은 펀드 운용에 있어 치명상이나 다름없다. FI는 일정 기한을 정해두고 출자자의 돈을 굴려야 한다. 시간이 곧 돈이다. 소송 진행으로 시간이 허비될 경우 수익률에 치명적이다. 소송 결과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유혹도 적지 않았다. 중재자를 자처한 시장 관계자들이 한앤컴퍼니의 문을 두드렸다. 계약 권리를 이양하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다수의 제안이 들어왔다. 국내외 대기업부터 국내외 사모펀드까지 다양한 입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시간이 생명인 FI의 약점을 파고든 달콤한 차악책들이었다.
하지만 정공법을 택했다. 선량한 관리자의 책무와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돈을 맡긴 출자자(FI)에게 이 거래의 정당성을, 거래 상대방의 위법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LP들 또한 한앤컴퍼니의 뚝심에 신뢰를 보내줬다. 긴 법정 싸움을 진행하고 버틸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M&A 시장의 건전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명분도 있었다.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과 분명하고도 확정적인,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계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면 계약 파기 당사자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과 페널티가 있어야 한다. 이 기본 시스템이 시장에서 잘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했고 스스로 그 멍에를 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소송은 승리로 끝났고 시장 또한 한앤컴퍼니의 뚝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뚝심의 시간을 넘어 진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남양유업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그 진심을 입증할 때다.
당장 이사회를 새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21년 SPA 체결 당시에도 한앤컴퍼니는 우호 인사로 이사회 물갈이를 타진했다. 사명 변경과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카드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한앤컴퍼니는 비상장 전환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잘 활용하는 하우스다. 루트로닉과 쌍용C&E가 대표적이다.
LP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소송전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신뢰와 믿음에 보답할 차례다. 오너 경영 체제하에서 내리막길을 걷던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할 때다. 계약 체결 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간의 고민과 고뇌가 남양유업 발전의 자양분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한앤컴퍼니는 분명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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