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헤드 릴레이 인터뷰]'원팀 추구' 하나증권, IB 기본기부터 다진다정영균 부사장 "DCM·ECM·부동산 등 고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김슬기 기자공개 2024-02-20 13:36:57
[편집자주]
최근 몇 년새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인해 증권업계의 주수입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브로커리지 등의 실적 부침이 커졌다. 이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IB 부문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결국 2024년 IB 수익이 증권사 실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더벨은 각 증권사의 IB 조직을 이끄는 수장(head)을 만나 올해의 전략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5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하나증권은 해외대체 자산에 대한 손실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이 컸다. 올해에는 전통 투자은행(IB)에서 기본기를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모두 조직 확장과 영업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위기의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영입된 정영균 IB그룹장(부사장·사진)은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IB는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나금융지주가 추구하는 '원 팀(One Team)·원 스피릿(One Spirit)'으로 원 IB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하나증권의 IB그룹장으로 선임되면서 고민이 컸다. 하나증권은 고민의 결과로 지난해말 전통 IB와 부동산·대체투자 부문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통 IB 조직에 힘을 주면서 각 분야의 인력 영입을 진행하고 있고 2022년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IB그룹, 1·2부문으로 나눠 조직개편…전통 IB 강화 목표
하나증권은 2023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2708억원)를 기록하면서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편중된 IB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분위기를 전환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컸다. 이를 수습할 해결사로 정 부사장이 낙점됐다. 전통 IB와 부동산PF나 해외대체 영역을 두루 거친 인물이라는 점이 적극 반영됐다.
그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국제부와 영업부 등을 거치면서 투자 및 리서치, 부실채권 매각에 대한 기본기를 쌓았다. 이후 하나대투증권 등을 거쳤고 삼성증권으로 이동, 투자금융본부에서 활약했다. 인수금융·구조화금융·해외인프라·부동산PF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국내외 부동산 및 대체투자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단기간에 전통 IB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ECM, DCM 모두 조직을 확장하고 영업을 강화해 리그 테이블 순위를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 대형 증권사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DCM 강화를 위해서 NH·삼성·이베스트증권 등 거친 IB 전문가인 김현호 상무를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고 산하의 조직 역시 확대 개편했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이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만큼 그룹 내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 역시 지주와 '원팀'으로 발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키워낸다는 의미기도 하다.
ECM 부문의 경우 권승택 상무를 중심으로 향후 코스피 상장 주관 영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 상장하는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은 공동주관사 지위를 받았다"며 "대기업 계열 자회사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 수년 내에 선두권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 톨게이트 미팅 도입 "돌다리도 두드린다"
그가 온 뒤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는 톨게이트 미팅이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되는 톨게이트 미팅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딜의 진입과정부터 점검하고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IB그룹 내 모든 본부장이 참여하고 사전에 IB 자체적으로 딜의 리스크나 구조적인 문제를 상호 토론하면서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협의체인 것이다.
그는 "그동안에는 정보가 산재되어 있어서 딜에 대한 관점이 달랐던 측면이 있었다"며 "해당 미팅은 본부장이 모두 참여하는 자리로 1부문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2부문은 산업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기 때문에 양쪽의 논의를 통해 딜의 완결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부동산 및 대체투자 부문의 사업을 확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 모두 시장 전망이 밝아보이진 않아서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인허가 등의 사업 리스크가 낮은 지차체나 재무적투자자(FI) 주도 대형복합개발사업과 더불어 낮은 공실률의 서울 수도권 오피스 개발사업 PF 등에 선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의 근무 패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인수금융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며 "비즈니스 영역으로 봤을 때 부침이 없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은 2부문 내 투자금융본부와 인프라금융본부 등에서 진행한다.
◇ 2024년 실적 반등 기대, 연초부터 기업금융 영업 드라이브
올해 IB 영역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손실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충당금을 쌓았고 올해는 영업으로 리바운드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타사 대비 충당금을 적극 반영한만큼 올해에는 2022년 거뒀던 성적 이상으로 수익을 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직개편한 지 두 달여가 채 되지 않았지만 기업금융 쪽의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그는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DCM을 강화하고 있다"며 "전년대비 인수실적이 큰 폭으로 늘고 있고 회사채 이슈어들의 연락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역의 인력 역시 꾸준히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ECM의 경우 안정적으로 구축이 되어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간 중소·중견기업 등의 코스닥 상장 주관을 많이 하면서 이들 기업 내에서의 입지는 어느정도 확보했다"며 "기업금융 내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다보면 대기업 계열의 대형 IPO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단기간 내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리그 테이블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올해 트렌드코리아에서 제시한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처럼 하나증권 역시 전통 IB도 잘하고 인프라·투자금융·부동산까지 잘하는 육각형 IB를 만드는게 목표"라며 "기초를 단단하게 쌓아 위기를 버텨내고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증권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직원들과의 소통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힘든 여정을 많이 겪은만큼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중요하고 그룹에서 말하는 원팀·원IB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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