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을 너무 사랑한다. 협회 일도 많이 하고 회사 일도 열심히 하겠다."지난 19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전화성 한국엑셀러레이터(AC)협회 회장이 이취임식 행사에서 회사 일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습 질문에 당황스런 모습으로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자 전 회장을 평소 잘 아는 참석자들에게서 폭소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전 회장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이미 AC업계는 물론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도 '열정맨'으로 통한다. AC 특성상 VC들을 대상으로 구주 거래를 하다보니 밉보이는 상황도 많을텐데 의외로 호평이 자자하다. 한 대형 VC 대표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나"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이지만 행사에서 전 회장이 밝힌 공약은 심상치 않았다. 양분된 AC협회를 하나로 통일하고 AC 라이선스 발급을 협회 업무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더해 정부 부처별로 대응 분과를 만들어 영업과 정책 제안에 나서겠다고 하니 이 정도면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로 느껴졌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논외로 두고 시도만으로 금융투자업계 전체가 들썩일 만한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AC업계가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주체가 전 회장인 영향이 커 보였다. 그동안 전 회장이 보여준 '정직한 성실함'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냈다.
AC업계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모두 필요한 공약이겠지만 사실 외부에서는 쉽게 받아들 수 없는 내용들이다. 단기간에 이루기 역시 쉽지 않다. 전 회장도 취임을 며칠 앞두고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기초를 닦아 놓으면 후임 회장들이 잘 해줄 것"이라며 장기전을 언급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와 시련은 AC업계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겨내야 할 과제다. 전 회장은 본인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과별로 부회장을 맡은 9명의 AC 대표들을 내세우겠다고 했다. 분과간의 호흡과 AC들의 단합이 공약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됐다.
전 회장 스스로에게 바쁜 하루는 이미 보통날이 됐다. 협회와 회사 경영을 겸임하는 것은 조금의 소란함이 더해졌을 뿐이다. AC업계도 그와 같이 소란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AC의 대부분은 스스로가 초기 기업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가진 최대 무기가 '열정'임을 항상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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