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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OCI 외 대안 없었나?…"삼성·효성에도 통합 타진했다"경영상 목적 달성 충분한 검토 쟁점, 통합 및 신주발행 유일한 대안 당위성 강조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23 08:24:2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2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그룹 오너가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는 경영상 목적에 따른 '타당성'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영권 변동 성립 요건이나 계약 당시 경영권 분쟁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다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은 정당화될 수 있다.

재판부가 내달로 예정된 2차 심문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 결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증거를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효성 등 상장사들을 언급하면서까지 여러 대안을 고려했다고 피력했다. 한미약품그룹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다는 얘기는 결국 사실이었다는 점도 흥미롭게 읽힌다.

◇신주발행 '경영상 필요' 요건 핵심 부상, '입장차' 뚜렷

21일 열린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 무효 가처분 신청 첫 심문에서 임종윤·종훈 사장이 강하게 의구심을 드러낸 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이 경영상 꼭 필요했는지였다. 이들뿐 아니라 한미사이언스 법률 대리인과 OCI그룹 법률 대리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설명한 것도 경영상 목적의 타당성 입증이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신주발행 결정 시 한미사이언스가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변호인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여, 차입, 사채 발행 등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은 고민했는지, 해외 유통업을 주로 영위하는 제약사 등 OCI그룹 말고 다른 업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대안은 없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측은 양사 간 통합이 충분히 고민한 결과고 신주발행 외 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답했다. OCI그룹과는 안정적인 자금 지원 그리고 그 자회사 부광약품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변호인은 "한미그룹은 신주발행을 통해 장기적으로 OCI홀딩스로부터 안정적인 R&D 자금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OCI그룹이 보유한 해외 사업망 확보, 부광약품과 협력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도 전략적 제휴를 결정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OCI그룹 법률 대리인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전략적 제휴는 그 성질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곤란한 대체 불가능성을 갖는다"며 "다른 기업과 자본 제휴처럼 주주배정 방식에 의해 경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정거래법상 OCI홀딩스는 30% 이상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데 구주 거래 취득(20%)만으로는 부족해 신주발행이 당연히 전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OCI그룹 측은 통상적인 거래 구조와 반대로 대주주 즉 송영숙 회장이 구주 매각에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주도 거의 할인하지 않았고 시가대로 발행한 덕분에 신주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기존 주주 지분 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대주주 사익보다 회사 자금 조달이 우선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의미라는 점을 피력했다.

◇한미그룹, 삼바·효성과 통합도 검토…'수차례 협상 타진' 후문도

한미사이언스는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증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효성, 솔브레인 등을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미사이언스 변호인은 "R&D 자금이나 해외 영업망 확보를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종산업 간 협력 방안을 계속 모색해 왔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나 효성, 솔브레인 등 상장사와 통합 가능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왔고 그중 OCI그룹과 협상이 급격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한 데 따라 재판부는 다음달 6일 추가 심문을 열기로 했다. 다음 심문기일에서 한미사이언스 측에 재무구조 개선이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사전 검토가 있었는지, 재원 확보 차원에서 가능한 대안을 고려했는지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그룹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사실로 드러난 건 꽤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한미그룹이 '매각하고 싶다'며 국내 제약사들을 찾아다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보령, 한국콜마, 셀트리온 등에 인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 고위관계자는 "한미 오너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국내 다수 기업과 협상을 시도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 제약사 중 안 찾아간 곳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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