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언제부턴가 부동산 시장에서 싱글테넌트(단일임차인)가 우량자산을 설명하는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고 있지만 싱글테넌트는 투자자에게 리스크 요소에 가깝다."2022년 초 부동산 위기가 가시화되기 직전에 만난 부동산운용사 대표가 한 말이다. 부동산 펀드들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리파이낸싱 및 청산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에 와서야 유난히 강렬하게 기억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흐르며 부동산 시장은 미친듯한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단일임차인 혹은 소수임차인은 투자자 유치의 기본 조건이었다. 우량기업이 건물 전체를 임차했다는 의미는 임대수익을 담보해준다는 뜻으로 해석되곤 했다. 특히 단일임차인이 장기간 임차하고 있는 자산은 리스크가 적은 우량자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가장 먼저 부실화된 자산은 단일임차인으로 구성된 자산이었다. 단일임차인의 재무상황에 문제가 생기거나 계약연장을 하지 않으면서다. 경기가 좋았다면 금새 다른 임차인을 갈아끼울 수 있었겠지만 장기간 지속된 경기불황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부동산 환경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화하며 발생된 결과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투자에 있어 분산투자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단일 임차인=리스크 감소'라는 등식은 이치에 맞지 않는 셈이다.
실제 당시 해외운용사들도 단일임차인 자산을 리스크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임차인이 다수일 경우 계약만료일을 분산시켜 공실 리스크를 줄여왔다. 만약 단일임차인 자산일 경우 계약조건을 여럿 부과했다. 대체임차인 모집 방안 외에도 용도변경을 통한 수익률 확보 계획 등을 깐깐하게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임차인 자산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많이 소개된 이유로는 판매 용이성이 꼽힌다. 투자자들에게 자산을 판매할 때 다수의 임차인을 하나, 하나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것보다 단일임차인만 설명하고 판매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운용사들도 쉽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단일임차인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성행했다.
최근 부실 자산화 된 독일 트리아논빌딩, 벨기에 투아종도르빌딩, 영국 아에곤빌딩, 미국 댈러스 오피스 등만 봐도 투자자 유치 당시에 신용등급이 높은 글로벌 금융사, 대기업, 정부기관 등이 단일임차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던 자산이다.
국내 운용사와 증권사들이라고 단일임차인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 다만 부동산 활황기가 지속되라라는 안일한 생각에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번 해외 부동산 위기를 겪으며 현상 치료에 그치기보다 근본적 원인을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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