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11월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 중 하나는 미래사업기획단(미사단) 신설이다. 그 후 미사단의 인력 충원 등이 알려졌지만 대체적인 행보는 정중동이다.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미사단에 관한 질문에 "10년 뒤 삼성의 방향을 보는 중으로 바이오로직스나 신개념의 제품, 주거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며 "모든 것의 가능성을 보고 크게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직 신설 후 석 달이 지난 지금 미사단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미궁이다. 물론 향후 삼성그룹을 먹여 살릴 신사업 발굴은 단시간에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일 수는 있다. 또 내부의 여러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미사단 신설을 결정한 최고위층에서도 모르지는 않을 터. 하지만 미사단을 부회장급 조직으로 신설하고 초기에 힘을 실어준 것을 미뤄볼 때 '여유 있게, 느긋하게 봐도 된다'라는 뜻은 아니지 않을까. 또 내부의 어떤 견제자에 흔들려도 된다는 의미도 아닐 공산이 크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그 관계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최근 생성형 AI, XR(혼합현실) 기기 등으로 전자업계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기민하게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게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10년 전까지 미사단과 유사한 역할을 맡았던 신사업추진단은 어땠을까. 신사업추진단은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을 경영하던 2009년 12월 탄생했다. 삼성은 불과 반년 뒤인 2010년 5월 5개 신수종 사업(바이오제약, 태양광, LED, 이차전지, 의료기기)을 발표한다.
신사업추진단이 발굴한 5개 신수종 모두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바이오제약, 이차전지 등은 사업화 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당시 부사장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신사업추진단의 내용을 보고 받고 진행 상황을 챙겼다.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바이오제약사업이 '이재용의 신수종'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미사단이 병문졸속(兵聞拙速)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과거 신사업추진단처럼 과감함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신설된 조직에 '속도'도 하나의 중요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삼성 내부에서 미사단에 대해 '위상은 높지만 실체적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임직원들이 있다면 큰 리스크다. 그런 조직이 발굴한 신사업을 누가 따르려 할까.
옳다고 판단한 일에 온 힘을 집중해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발휘해 제대로 영(令)을 서게 해야 한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외부의 견제자가 아니라 본인의 판단미스로 인한 '실기'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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