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카도는 물론 좋은 시스템이지만 지급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요."얼마 전 물류업계 취재원과의 통화에서 우연히 들은 오카도 시스템에 대한 평가다.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은 가뜩이나 흑자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데 오카도 도입 시 수수료 부담이 가중돼 수익을 내기 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도 "오카도가 당장 수익 창출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롯데쇼핑 주주총회장에서 만난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은 달랐다.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가 던진 오카도에 대한 질문에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오카도를 기반으로 롯데마트에서도 신선식품, PB상품 등을 강화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향후 전략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설명했다.
오카도는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으로 온라인 그로서리의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롯데쇼핑은 2022년 오카도와의 협업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커머스 사업의 반등을 노렸다. 8년간 1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김 대표는 당시 오카도 협업 추진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협업을 발표할 당시 시장에서는 걱정과 기대가 섞인 양가적 감정이 나왔다.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롯데의 지원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 반, 오카도 시스템 도입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는 걱정 반이었다. 실제 SSG닷컴을 비롯해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을 전개하는 업계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오카도 서비스를 검토했지만 결국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쉽게 말해 '남들이 가려다 만 길'이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은 오카도와의 협업 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국한하지 않았고 마트·슈퍼사업부와의 오프라인 시너지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그로서리 1번지를 표방하는 롯데쇼핑의 청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오카도라는 도구가 필요했다.
물론 롯데쇼핑의 플랜은 걸음마 단계다. 아직 첫 번째 물류센터도 완공되지 않은 만큼 시스템 가동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매 환경의 변화 등 어떤 대내외적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다만 혁신은 관행을 파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롯데쇼핑과 김상현 대표의 도전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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