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금]'수주잔고 100조' 전장부문, 전기차 캐즘 이겨낼까④그룹 시너지 본격화, LG 경영진 독일 우르르…미 대선 주시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08 10:15:17
[편집자주]
LG전자는 다방면에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경영진의 변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배두용 CFO가 물러나고 조주완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CEO와 CFO가 협력 및 견제하던 구조에서 조 사장이 오롯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사업적으로도 마찬가지. AI 시대를 맞이해 가전을 넘어 로봇과 모빌리티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더 나아가 내년 성과가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LG전자를 둘러싼 현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 전장(VS)사업본부는 회사의 미래가 아닌 현재로 거듭났다. 장기간 적자에서 벗어나더니 단숨에 '3대 축'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3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건 전장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관건은 상승세 유지 여부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시장 성장곡선이 완만해지면서 기대만큼 커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권교체 시 전기차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는 기보유한 수주잔고와 자회사 시너지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그룹 '전장'에 진심, VS사업본부 연매출 10조원 돌파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자동차 부품 사업 수주잔고는 100조원에 달한다. 10년간 연평균 약 30% 성장의 결과물이다.
사실 VS사업본부는 오랫동안 LG전자의 아픈손가락이었다. 2013년 출범 이후 2015년 소폭 흑자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매년 영업손실을 냈다. 10년차인 2022년부터 확 달라졌다. 그 해 첫 연간 흑자를 낸 뒤로 2023년 연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수주 확대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이슈 완화가 긍정적"이라면서 "주요 완성차업체와 긴밀한 협업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VS사업본부는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헤드램프 등이 핵심 품목이다.
인포테인먼트에서는 세계 1위인 차량용 통신모듈(텔레매틱스)은 물론 LG이노텍(카메라), LG디스플레이(패널) 등과의 공조 효과가 두드러진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에 도래한 만큼 앞으로 수혜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모터, 인터버 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LG마그나가 이끈다. 이 회사는 세계 3위 차량 부품사 마그나인터내셔널과 LG전자가 손잡고 만든 곳이다. 설립 이후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한국 인천, 중국 남경에 이어 멕시코와 헝가리 공장까지 구축해나가고 있다.
멕시코는 작년 9월부터 가동 중이며 헝가리는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자동차 강국인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LG마그나는 출범 2년 반 만에 연간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헤드램프는 2018년 인수한 차량용 램프 전문업체 ZKW가 주도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계한 지능형 및 그릴 통합형 스마트 램프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방침이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VS사업본부는 설비투자에 8685억원을 투입했다. 전년(6627억원)보다 약 30% 늘었다. 올해는 1조원 이상 금액을 쏟아붓는다.
최근 LG그룹 주요 경영진이 독일에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회동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조 CEO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과 함께 SDV 중심 사업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와 계열사 간 전장 협업이 더욱 단단해질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 선언에 후폭풍 우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전자가 올해 연간으로 매출 약 87조원을 달성해 4년 연속 신기록으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VS사업본부는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고공 행진하던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다. 여전히 우상향하고 있으나 속도 자체가 확연하게 느려졌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량이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42만2875대) 대비 8.5%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공급망이 붕괴된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것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도 비슷한 처지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올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 결과가 나온다. 아직 반년 이상 남았으나 지금까지 분위기는 트럼프 쪽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 활동 중 "당선되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명령을 폐기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이 주도할 전기차 산업에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현실화하면 전기차 시장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유럽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테슬라, GM, 포드 등 대형 업체가 즐비하기도 하다. 전동화 트렌드로 전장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LG전자도 미 대권 경쟁을 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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