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모멘티브 리빌딩]잔여지분 가치 8000억, 곳간에서 나오는 자신감②별도 현금성자산 1.2조 육박…삼성물산 등 투자 지분 가치도 2조 넘어
김동현 기자공개 2024-04-12 07:42:36
[편집자주]
국내 도료·건자재 업계를 주름잡던 KCC의 고민은 실리콘 사업으로의 확장이었다. 2003년 실리콘 기초원료인 실리콘 모노머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해외 업체를 직접 인수하며 끊임없이 사업 확대 기회를 노렸다. 이 일환으로 추진된 미국 모멘티브 인수는 KCC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된 거래다. 거래 조건에 따라 모멘티브 기업공개(IPO)냐 잔여지분 인수냐, 기로에 놓였던 KCC는 잔여지분 인수를 결정하며 실리콘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더벨이 KCC의 모멘티브 인수 전후를 되짚으며 사업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의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인수는 회사 사업구조 대전환을 위한 결정이었다. 건축업황의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도료, 건축자재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실리콘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는데 모멘티브 인수로 그 투자의 마침표를 찍었다.다만 인수 후 후폭풍이 뒤따라왔다. 3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충당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KCC 자체적으로도 자금을 충당해야 했기에 차입 규모가 매년 불어났다.
이번 모멘티브 지주사인 MOM홀딩컴퍼니(MOM Holding Company)의 잔여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해 KCC가 투입할 금액은 총 8079억원이다. 잔여지분 40%를 가진 엠오엠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MOM PEF)의 지분 49.81%를 KCC가 보유해 지분 인수대금의 절반을 곧바로 돌려받지만 당장 투입해야 할 금액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대금 납입 한달 앞으로, 보유 현금으로 대응
KCC의 MOM홀딩 잔여지분 취득 예정일자는 다음달 5월14일이다. 2019년 MOM홀딩 지분 45.49%를 처음 취득하며 FI에 약속했던 5년 내 모멘티브 상장 마감기한과 일치한다. 당시 KCC는 모멘티브 상장이 불발될 시 MOM PEF가 보유한 잔여지분 40%를 인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5년이 지나며 모멘티브는 KCC 실리콘 사업의 한축을 담당했다.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내던 실리콘 사업부문은 이제 연매출 3조원 규모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경기 침체로 실리콘 사업부문에서 적자(-833억원)를 냈고 모멘티브도 상장을 도전하기에 불리한 환경을 맞았다.
이에 KCC가 사업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잔여지분 인수를 검토했고 상장 마감기한 일자에 최종적으로 거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KCC가 인수해야 할 MOM홀딩 지분은 총 40%로, 지분 취득에 들어갈 금액은 8079억원이다. MOM PEF 지분 절반을 보유해 4000억원은 거래 당일 다시 KCC에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투입할 8000억원의 금액 자체는 변화가 없다.
대금 납입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KCC는 현재 보유한 현금으로 자금 전액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동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과 차입으로 조달한 현금이 쌓여 보유 현금만으로 대금 납입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KCC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 등)은 1조5552억원 규모다.
특히 별도기준으로도 1조2079억원의 현금을 보유해 자회사의 자금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모멘티브를 인수한 2019년만 해도 KCC 별도 보유현금은 7133억원에 불과했지만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꾸준히 플러스(+)값을 나타내는데 성공한 덕분에 5년 사이 5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추가로 쌓았다. 같은 기간 KCC의 총차입금 규모는 2조5007억원에서 2조8563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투자 지분 유동화 0, 든든한 2조 가치
지난해 말 기준 KCC의 연결 총차입금 규모는 5조3005억원 규모다. 2019년 2조5095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이 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1년 이내 상환이 다가오는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말 1조2000억원대에 달한다.
우선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MOM홀딩 잔여지분 인수는 보유 현금으로 대응하지만 향후 차입금 상환에도 지분 인수 못지않은 큰 금액이 필요하다. 1조원이 넘는 연결·별도 현금을 쌓아놓긴 했지만 KCC가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차입 부담을 최소화하며 자금을 확보할 방안 중 하나로는 보유 자산 유동화가 있다. KCC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의 가치만 2조원이 넘어 해당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 조달 가능성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KCC그룹 계열사와 비상장사를 제외한 KCC의 상장사 투자처는 총 9곳이다. 지분율만 놓고 봤을 땐 HL D&I(작년 말 기준 장부가액 76억원)의 지분율이 9.78% 가장 높지만 장부가액 기준으론 2조2027억원의 삼성물산(지분율 9.17%) 지분 가치가 가장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처 9곳의 지분가치가 2조630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한곳의 가치가 상장사 투자자산의 84%를 차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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