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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남명용 대표 “루미르, 국가 공헌하는 우주기업 될것"④40년 넘게 인공위성 연구한 전문가…통신위성 시장 진출 계획

이채원 기자공개 2024-04-19 07:21:20

[편집자주]

위성, 우주발사체, 착륙선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 시대가 다가온다. 2020년 37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우주경제는 2030년 6420억달러(약 86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컨텍을 필두로 이노스페이스, 루미르, 나라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벨이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상장 로드맵, 미래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성능 지구 관측 인공위성을 만들어 고부가 가치 정보를 생성해서 겨레와 나라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 상업적으로 위성을 만들어 서비스를 하겠지만 나라에서 필요로 한다면 1순위로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남명용 루미르 대표(사진)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보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이 수많은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도 막강한 정보력이 있었다고 봤다. 현대전에서 필요한 정보는 인공위성에서 나온다는 판단 하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인공위성을 만들어 국가 안보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루미르는 위성 서비스를 넘어 스페이스X와 같이 통신용 인공위성을 만들어 내는 사업까지 확장할 전망이다. 루미르는 정부가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펼쳐왔다. 올드스페이스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민간 우주 사업 도전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레거시가 있어야 뉴스페이스도 존재”…평생 인공위성만 연구

남 대표는 약 40년 간 인공위성을 연구한 우주 산업 전문가다. 그는 1986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기계공학 학사를 전공하고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동경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거쳐 카이스트 인공위성 연구센터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당시 현재의 뉴스페이스 기술을 익혔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정부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큰 위성 개발을 바라봤었지만 인공위성 연구센터는 카이스트 안에 있으니까 기술개발과 검증을 위해서 작은 위성, 값싼 부품을 개발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며 “돌아보면 그때 연구했던 기술들이 지금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이야기하는 기술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2000년대부터 올드스페이스와 뉴스페이스를 모두 경험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2007년부터 일본 웰리서치 연구소에서 수년 간 근무했다. 당시 국제우주정거장에 들어가는 실험 장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남 대표는 “레거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뉴스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연구소 근무는 크고 무겁고 비싼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후 2009년 한국에서 곧바로 루미르의 전신인 제이엔엠시스템을 창업했다. 일본의 선진화된 우주 기술을 빨리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일본 유학 때는 박사학위 따고 싶은 마음이 컸었고 카이스트에서 실무를 알게 돼 일본에 일을 하러 갔다”며 “당시 일본의 선진화된 우주 기술을 보면서 약간의 주눅도 들었지만 5년 동안 연구개발을 하다 보니 더 좋은 기술을 개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쉽진 않았다. 당시 한국 우주프로그램 90%는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됐다. 따라서 부품 하나하나가 가격이 비싸 소규모 자본을 가진 회사가 우주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남 대표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지만 그 시기는 정할 수가 없다”며 “적절한 환경이 올 때를 기다리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십수년 뚝심 있게 준비한 결과 비로소 2016년 기회가 왔다. 루미르는 국가차원에서 수출형 우주 업체를 키우고자 만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2016년 루미르는 AS9100C(항공기 및 우주선의 설계, 개발 및 생산) 인증을 받았고 그 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차세대중형위성 1호, 2호 영상데이터처리장치 수주를 받았다. 남 대표는 “이전까지 인공위성을 만들 때 박스 레벨을 다 수입 해서 조립하는 수준이었다”며 “당시 정부에서도 이정도 수준까지 20년을 개발했으면 자체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업체를 키워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그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위성제작·지구 관측 데이터 서비스·통신 사업자…루미르 기술력 증명할 때

루미르는 다수의 국가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우주전략기술의 자립화를 위한 스페이스 파이오니아 사업의 10개 과제 중 2개를 따낸 유일한 회사라는 점도 루미르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주요 사례다. 회사는 자체 개발 위성인 LUMIR-X 발사도 준비하고 있다. 루미르는 LUMIR-X를 통해 위성개발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뿐더러 지구 관측 정보 서비스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

남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구 관측 시장에서 머물지 않고 통신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통신용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주산업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지금은 지구 관측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큰 시장인 통신 시장에도 진출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미르는 달 탐사용 우주인터넷 통신장치(DTNPL)를 통해 우주에서 지구로 방탄소년단(BTS)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국내 첫 달 궤도선(KPLO)인 다누리호에 탑재된 통신지연허용장치를 제작했다. 2022년 10월 발사한 다누리호는 우주와 지상 간 메시지 및 파일 전송,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수행한다.

남 대표는 “우주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나사가 개발해서 공공의 목적으로 오픈을 해놨는데 이를 우주에서 실험한 첫 번째 사례였다”며 “루미르가 통신 위성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루미르는 2027년도까지 초고해상도 초소형 영상레이다(SAR) 위성 18기와 초소형 초분광 위성 24 발사를 통해 군집위성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체 위성 개발뿐 아니라 국가 위성 개발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방위사업 분야 진출도 앞두고 있다. 남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인공위성 시스템을 구축해 지구 관측 사업자가 되고 싶다”며 “그로써 나라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 최종 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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