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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C형 VC 톺아보기]하태훈 대표 "위벤처스, 무지개빛 다양한 컬러 지향"⑤‘플랫폼 비즈니스’서 착안한 운영방식…“구성원 장점·개성 살린 게 경쟁력”

최윤신 기자공개 2024-04-18 08:33:55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2일 창립 5주년을 맞은 위벤처스는 국내 LLC형 VC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하우스로 손꼽힌다. 하우스를 플랫폼 삼아 각 파트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펀드를 결성하고, 책임 운용하도록 한 전략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최근 더벨과 만난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사진)는 “위벤처스는 하나의 컬러가 아니라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무지개와 같은 빛깔을 지향한다”며 “구성원들의 장점과 개성을 아우를 수 있는 운영방식을 앞으로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운용 방식에 '개별 포트폴리오' 보다 '펀드성과' 집중

DSC인베스트먼트에 이어 두번째 창업인 하태훈 대표가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하며 LLC형 VC를 선택한 이유는 특별하진 않다. 하 대표는 “초기에 가볍게(적은 자본금)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LLC형 VC를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자본금을 더해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설립할 지 고민하기도 했다. LLC형 VC에 대해 LP들이 출자를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이런 경향이 크게 줄었다고 판단해 LLC형 VC를 최종 택했다.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빠르게 첫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창업투자회사는 법인 설립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등록을 기다려야한다. 이에 반해 LLC형 VC는 투자 조합을 등록할 때 승인을 받으면 된다.

깊은 고민의 대상은 법인의 형태가 아니라 하우스의 운영 방식이었다. 위벤처스는 파트너들이 각각 펀드레이징을 주도하고 해당 펀드의 핵심운용인력으로 참여해 펀드를 운용하는 구조로 운용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펀드결성과 운용성과에 따른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등도 대부분 해당 파트너들이 가져간다.

이런 운영구조가 훌륭한 파트너들을 모으고, 빠르게 AUM을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 대표는 당시 스타트업 업계에서 각광을 받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즈음엔 벤처투자 업계에서 한창 ‘플랫폼’ 기업에 집중하던 시기였다”며 “VC도 플랫폼처럼 운영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런 운영방식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가 누구보다도 독립에 대한 심사역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은 심사역들은 경력이 쌓이면 자신의 철학대로 투자하고 그 성과에 대해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 독립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플랫폼 형태의 하우스에서 심사역이 각각 독립 VC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역이 독립에 필요한 건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전문인력 요건이 있기 때문에 함께 할 사람을 찾아야 하고, 관리 역량과 돈이 필요하다. 위벤처스에 합류하면 이런 고민들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안했다.

하 대표는 “위벤처스에 합류하면 함께 펀드를 만들 파트너와 GP머니는 물론, 관리역량도 있기 때문에 펀드를 결성하는 데 있어 독립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며 “독립한 것과 유사한 자율성과 보상을 얻을 수도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LLC 형태인 미국의 보편적인 VC와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LLC형 VC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외부 주주가 없다면 주식회사 형태여도 현재의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하 대표는 “운영방식에 동의한 임직원만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한회사나 주식회사 등 법인의 형태가 중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방식의 VC 운영을 생각한 게 하 대표 한 명에 그친건 아니다. 다수 컨설팅 회사들이 VC에 위벤처스와 같은 ‘숍인숍’ 모델로 가야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위벤처스처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 대표는 “위벤처스에 모인 파트너들은 운영철학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위벤처스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가 파트너들이 각 펀드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운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투자 성과가 아닌 펀드 운용성과가 중요하니 각 펀드의 파트너 심사역들이 개별 포트폴리오가 아닌 펀드 전체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한다”며 “LP들의 요청이나 질의 등에 대해 파트너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분한 트랙레코드 쌓으면 언제든 파트너로…‘선순환’ 목표

하 대표는 현재의 운영방식을 지속 이어갈 방침이다. 그는 “원펀드 방식의 운영이 경영에도 용이하고 LP들의 선호도도 높다”면서도 “다만 이런 방식으로 따라가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하우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각 심사역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색깔과 규모의 펀드를 운용해 각 심사역이 장기와 개성을 살리는 게 위벤처스의 전략”이라며 “각 심사역들이 모두 다른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펀드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문화계정 펀드 출자사업 도전은 펀드레이징 영역을 다양화 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위벤처스는 모태 1차 정시출자 문화계정 IP분야 출자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하 대표는 “지금까지 문화계정 펀드는 영화 투자나 프로젝트 투자였기 때문에 위벤처스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해서 투자한 포트폴리오들이 꽤 있더라”며 “그간 콘텐츠 부문에 활발하게 투자해 온 김소희 상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파트너들이 팀을 꾸려 독립된 하우스처럼 운영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하 대표는 “각각의 파트너별로 팀을 꾸려 펀드를 운용하고, 팀원이었던 심사역이 향후 레코드를 쌓아 파트너로서 별도의 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최종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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