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리스크 점검'은 세상의 빛을 못볼 뻔한 기획이다. 준비 단계에서 금융당국이 PF 우발부채 공시의무를 강화하면서 기획의 가치가 떨어질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공개된 주요 시공사들의 PF 우발부채 공시는 빈약했다. 편의성만 일부 제고됐을 뿐 공시의무 강화를 통해 추가로 제공되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개발사업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인 브릿지론 사용기간을 제대로 공시한 시공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들은 갱신된 대출기간만 공시하는 형태로 사업이 얼마나 장기화되고 있는지를 감추고 공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사업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PF 우발부채 리스크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하게 공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과 어긋나는 행보다.
시공사마다 공시 수준도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시공사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행사 법인명을 전혀 공시하지 않았다. 시행법인명을 공개하지 않은 시공사 중에는 상장사도 포함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믿을만한 시행사에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기초적인 정보도 제대로 공시되지 않은 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전무했다. 최초계획 대비 착공 및 분양 지연기간과 기대이익 감소율, 예정공사비 증가율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핵심정보를 공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사업지연과 관련된 정보는 이미 금융당국이 2년 이상 브릿지론을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전혀 공시되지 않았다.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주문을 사실상 묵살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당국도 할 말은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결산시점에 각 시공사들이 어느정도 규모의 PF 우발부채를 짊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공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급진적인 공시 강화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과거 대비 공시가 진일보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PF 위기 현실화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업의 공시부담을 헤아릴 이유는 없다. 브릿지론 사업지는 물론 착공한 사업지에서도 손실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거액의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시공사들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
정확한 공시는 정보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위험신호를 울리지 않는다면 당장은 손실을 미룰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부동산 PF 위기라는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겠지만 국내 시공사들이 정직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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