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나라스페이스, 위성영상 분석 경쟁시대 '키맨'될 것"③박재필 대표 "생태계 확장 위해 선발주자 성과 중요, 책임감 느껴"
이기정 기자공개 2024-04-24 08:24:35
[편집자주]
위성, 우주발사체, 착륙선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 시대가 다가온다. 2020년 37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우주경제는 2030년 6420억달러(약 86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컨텍을 필두로 이노스페이스, 루미르, 나라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벨이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상장 로드맵, 미래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준다. 발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면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얻을 수 있지만 인지가 늦어지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나라스페이스의 위성영상 분석 서비스는 이같은 정보 경쟁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지난 17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나라스페이스 서울R&D센터에서 만난 박재필 대표(사진)는 우리나라는 지리적·경제적 특성상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스페이스가 위성영상 기술을 활용해 우리나라가 우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린시절부터 '우주' 외길 인생, 코파운더 전문성 자신
1988년생인 박 대표는 어린시절 우주 지식이 담긴 과학책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섭렵할 정도로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레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하기 시작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현재도 학업을 멈추지 않고 천문우주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우주라는 분야가 가깝고도 멀게 느껴졌다"며 "실제 수업에서 마주한 위성은 생각보다 작고 대학생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학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위성을 만들어 볼 기회를 잡았다. 당시 한국항공우주에서 대학 위성 발사를 지원하는 대회에 친구들과 팀을 꾸려 지원했다. 박 대표의 팀은 2012년 대회에서 한국항공대, 카이스트와 함께 수상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공통 분야에 관심이 있던 2012년 수상팀과 2013년 수상팀인 경희대, 조선대, 충남대 친구들과 대회 이후에도 교류를 꾸준하게 이어갔다"며 "그러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2015년 나라스페이스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 파운더들은 설립 초기 외국에서 사용하는 부품들이 생각보다 조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대표는 "당시 우주 시장은 산업 섹터로 인식되기 이전 단계였고 외국계 회사도 대학생들이 만들어 물건을 파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부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우주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파운더 대부분이 우주에 관심이 많고 전문성이 있어 자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산샛 참여·위성 발사' 터닝포인트…안정적 매출원 확보 총력
박 대표는 생각과 다르게 회사를 키우는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설립 초기 사업 모델을 확정하지 못해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한 것 같다"며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는 부산시가 주도하는 '부산샛(Busan-sat)' 개발에 참여하면서 분기점을 맞이했다. 부산샛은 해상 미세먼지 등을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 해양관측위성이다. 나라스페이스가 본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부산샛에 참여하면서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고 투자사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11월 위성을 발사하는데 성공하며 두 번째 터닝포인트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민간업체 중 위성 분야에서 우주 헤리티지를 보유한 곳은 나라스페이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생각하는 회사의 강점은 위성 '밸류체인'이다. 제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한 영상분석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는 곳은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위성을 쏘고 분석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나라스페이스는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의 향후 목표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해 지속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안정적인 매출원이 꼭 수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주 데이터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시장 환경을 먼저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상장에 도전하며 국내 우주항공 1세대 기업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그는 "선두 주자들이 좋은 성과를 만들어야 더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접근성 자체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 스타트업, 수익 창출 가능한 실질적 지원 필요"
박 대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성영상 분석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국가간 정보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성을 활용하는 국가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아 외부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해 국가 간 이해관계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라스페이스는 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기술력을 보유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재 우주 산업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막연하게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무엇보다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로 우주 산업을 키워가고 있는데 과학 기술 발전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산업적 성과 창출이 다소 외면받고 있다"며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그동안 우주항공 기업에게 부여하던 과제 성격의 임무를 매출 실적으로 인식되는 수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트랙레코드를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열정도 있는 인재들이 많다"며 "정부나 산업계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데 아직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일반적인 섹터와 우주항공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우주 산업은 보다 긴 호흡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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