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엔드 시공 열전]중견·중소사 잠재 후보군 부상, 수익·전문성 '무게'①고급 빌라 전문 건설사 선호, 상지건설 조건부 계약 체결
전기룡 기자공개 2024-04-30 08:03:59
[편집자주]
하이퍼엔드 주택이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틈새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공사비를 책정하자 디벨로퍼들이 수익성 담보 차원에서 과거 하이엔드 주택을 시공해본 중견·중소 건설사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30가구 미만으로 조성되는 만큼 고급 빌라에 특화된 건설사를 찾는 곳도 존재한다. 더벨은 하이퍼엔드 주택 시장의 잠재적 시공 후보군으로 부상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엔드 주택 시장은 한때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움직였다. 고급 주거시설을 짓는 사업인 만큼 디벨로퍼들은 충분한 시공 역량이 담보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대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일찍이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하이엔드 아파트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디벨로퍼들의 선택을 받은 배경이다.반면 하이엔드의 연장선에 있는 하이퍼엔드 주택 시장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대형 건설사들을 찾는 디벨로퍼들이 존재하지만 일부는 하이엔드 주택을 시공한 경험이 있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30가구 미만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고급 빌라에 특화된 건설사들의 수요도 상당하다.
◇하이엔드 주택 시장, 대형 건설사 선호 '뚜렷'
하이엔드 주택은 49세 이하 부자군인 '영리치'의 성장과 함께 자리잡았다. 영리치를 중심으로 고급 주거시설 열풍이 불고 에셋파킹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자 빠르게 안착했다. 3.3㎡당 분양가가 1억원을 상회해도 연달아 완판됐다. 그 결과 도산대로와 강남대로는 하이엔드 주택의 격전지로 통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수요로 인해 후발주자들도 대거 유입됐다. 초창기에는 신안그룹 계열이 출자한 청담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아노블리81'이나 한라상조 계열인 유림디앤씨의 '팬트힐 논현'이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거론됐다. '에디션 청담'이나 '피앤폴루스'도 이른 시점에 입주를 마친 곳이다.
이후에는 신흥 디벨로퍼들이 도산대로와 강남대로에 진출했다. '루시아' 브랜드를 앞세워 도산대로에 5개 하이엔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루시아홀딩스를 시작으로 플랜잇건설, 오버나인홀딩스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상당한 업력을 지닌 미래인, 엠디엠도 하이엔드 주택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다만 늘어난 시장 참여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선택을 받는 시공사 풀은 제한적이었다. 대부분 시공능력평가 상단에 위치한 대형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주택 사업을 수주했다. 3.3㎡당 분양가가 1억원을 상회했던 만큼 디벨로퍼들도 하이엔드 주택에 걸맞은 시공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론칭한 하이엔드 브랜드들도 디벨로퍼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다. '디에이치(현대건설)'를 비롯해 '푸르지오 써밋(대우건설)', '아크로(DL이앤씨)', '르엘(롯데건설)'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사업장들이 종주를 마쳤다. 디벨로퍼들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해온 건설사들의 역량을 높이 샀다.
덕분에 도산·강남대로 일대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한 곳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현대건설의 '르피에드 인 강남'과 '갤러리832'처럼 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루카831'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보다 범위를 넓히면 대우건설의 '브라이튼 한남'이 있다. DL건설과 롯데건설, 호반건설, 코오롱글로벌도 시공사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업황 악화 영향, 이름값 보다는 효율성 초점
눈에 띄는 부분은 대형 건설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하이퍼엔드 주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현대건설의 '더펜트하우스 청담', '에테르노 청담'처럼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 사례도 존재했다. 더펜트하우스 청담과 에테르노 청담은 지금까지도 전국 공시지가 기준으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정은 업황 부진과 함께 달라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가율이 치솟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가 지속 상승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10년 물가를 기준으로 원자재·인건비 등 물가변동 추세를 가늠하기 위해 활용되는 지표다. 지수가 상승할 수록 원가율 부담이 가중됐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달라진 업황에 대형 건설사들은 보다 보수적인 기조 하에 공사비를 산정하기 시작했다. 기수주했던 현장들 위주로 미수금이 누적되자 공사비 추산 단계에서 최대한의 비용을 반영했다. 하이퍼엔드 주택이 일반 주택사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지만 디벨로퍼들로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산정한 공사비로 수익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형 건설사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바로 아랫단에 위치한 중견·중소 건설사다. 그 중에서도 하이엔드 주택을 시공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하이퍼엔드 주택을 맡길 수 있는 잠재적 시공사로 떠올랐다. 시공능력평가 97위의 보미건설을 비롯해 현대아산(128위), 신한종합건설(190위), 우암건설(199위) 등이 대표적인 후보군이다.
고급 빌라에 특화된 건설사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이퍼엔드 주택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30가구 미만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29가구가 마지노선이다 보니 오히려 고급 빌라를 주로 시공해온 상지건설(옛 상지카일룸)과 같은 건설사들과 손발을 맞추는 게 사업의 효율성이 높아질 거라 판단했다.
시공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존재한다. 상지건설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131-16 일원에 하이퍼엔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과 조건부 시공 계약을 맺었다. 사업은 연면적 3799.㎡에 지하 4층~지상 20층, 1개동, 업무시설 13호실과 오피스텔 12호실, 오피스 1호실을 건설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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