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소형 건설사들의 부도 소식이 들려온다. 급증한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업계에서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라고 위기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성적은 여전히 가혹하다.올해 1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을 가른 건 해외 사업이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대규모 일감을 확보해 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정도만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주요 해외 사업장에서 공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두 곳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물산이 매출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확보한 점도 눈에 띈다.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택 사업의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주택 시장 호황에 힘입어 몸집을 쏠쏠하게 키웠지만 빠른 성장이 오히려 독이 됐다. 공사비 협상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과감히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건 희망적인 지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단순 도급형 사업에서 벗어나 직접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지분까지 투자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건설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짓는 사업에서 도시 전체를 개발하는 사업까지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
다만 투자개발형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실제 수익을 인식하기까지 길게는 수십 년의 호흡이 필요해 성공 사례는 아직 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오랜 기간 현지에서 단순도급 공사를 진행하며 네트워크를 쌓아온 곳들이 해당 지역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을 시도하는 식이다.
정부도 해외 수주 시 단순도급형 사업에서 벗어나 수익성 높은 투자개발형 사업에 뛰어들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수출입은행, 금융기관과 한 팀을 꾸려 해당 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침체가 길어질수록 눈앞의 다디단 열매를 내려놓고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주택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건설사가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이들의 긴 여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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