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은 지금]'인수 2년' 초록마을의 DX…온라인 매출 10%대 목표④김재연 대표 "2000억 매출 회복"…IT·물류 역량 이식, 물류비 고정비화
유정화 기자공개 2024-05-14 08:21:59
[편집자주]
스타트업 정육각은 대상그룹 계열사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2022년 가장 주목 받은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꽃길이 펼쳐진듯 했지만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목이 잡혔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았고, 인수 차입금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초록마을을 다시 되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사업을 정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정육각의 절치부심에 VC업계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힘겹게 유동성 위기를 넘긴 정육각은 이제 설립 이후 첫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을 삼킨 스타트업, 정육각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 정육각이 대상그룹의 초록마을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났다. 인수 이후 정육각은 초록마을에 정보기술(IT)·물류 역량을 이식하는 데 집중했다. 흑자 전환을 위해선 온라인 사업 기반을 빠르게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오프라인 사업에서 출발한 초록마을은 온라인 중심 정육각과는 완전히 다른 성장 스토리를 써왔다. 올해로 26년차를 맞은 초록마을은 진입 허들이 높은 친환경 유기농 식품 시장에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한 장수 브랜드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늦은 탓에 온라인 플랫폼인 컬리, 오아시스의 등장 이후 부진을 겪고 있었다.
반대로 정육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워온 스타트업이다. 정육각은 초록마을의 약점으로 꼽혀오던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보유한 IT 역량을 초록마을에 결집시켰다. 온라인몰 성공을 위해 물류, 배송 부분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기틀은 다져졌다. 김재연 정육각·초록마을 대표는 "올해 초록마을 목표는 매출액 2000억원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온라인 매출 비중을 10%대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초록마을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8%로, 143억원이다. 목표대로 라면 60억원가량 온라인에서 매출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 2022년 온라인 매출은 95억원이었다.
◇MS CEO 만나 협업 추진…싹 바뀐 앱·웹
정육각에 인수되기 이전 초록마을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에 그쳤다. 초록마을 앱 역시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울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앱 유지보수를 외주에 맡기다 보니, 오류가 발생했을 때 버그를 수정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반면 플랫폼 기업으로 출발한 정육각은 자체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 개발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정육각은 2016년 창업 당시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경영환경을 구축해 온 덕에 모든 데이터를 중앙 관리해오고 있다.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 이후 가장 먼저 손을 본 건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초록마을은 기존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 중이었지만 업력이 긴 만큼 시스템이 비대해 정육각과의 협업 속도가 느렸다. 결과물의 성능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육각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MS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로의 시스템 교체를 결정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 2022년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미팅을 한 이후 전환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초록마을은 클라우드 교체 이후 지난해 6월 애저 기반의 모바일 앱을 신규 개발했다. 상품 탐색부터 장바구니 담기, 구매까지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UI·UX)도 적용했다. 또 매장배송, 택배배송 등으로 나뉘던 장바구니도 하나로 통합해 빠른 배송 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개편했다.
초록마을 앱에는 지난해 8월부터 AI를 활용한 새 검색엔진도 적용했다. 예컨대 ‘김치찌개’를 검색하면 김치와 삼겹살, 참치, 간장과 같은 관련 상품이 모두 검색된다. ‘씨리얼’을 검색하면 씨리얼만 검색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을 수 있는 아몬드, 우유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물류에도 IT 역량 듬뿍, 새벽·당일배송도 시작
정육각의 IT 인프라가 적용된 건 단순 앱만이 아니다. 물류 전반에도 IT 역량이 도입됐다. 초록마을은 과거에 매장에서 배송을 나가는 제품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인프라도 없었다. 현재는 공급망관리(SCM)을 적용해 모두 IT 시스템으로 배송이 통제되고 있다.
초록마을은 물류를 외주에 의존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구조였다. 매출이 늘어나도 그에 비례해 물류비가 증가하다 보니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정육각의 자체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물류비용을 고정비화 할 수 있게 됐다.
정육각은 물류·배송 부분에서도 IT 역량을 이식했다. 초록마을은 용인물류센터에도 정육각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단계적으로 입혀왔다. 자체 개발한 백오피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로 원물 자동 발주부터 입고, 생산, 포장, 출고, 재고 관리 및 배송에 이르는 과정을 처리한다.
정육각 관계자는 “물류를 직접 통제함으로써 현장의 문제에 훨씬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외주 물류를 이용하던 때에는 실물 관리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곤 했는데, 이제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주 6일 배송되는 새벽배송을 도입하면서 일부지역(수도권, 충청권)의 택배배송을 새벽배송으로 일괄 전환했다. 그 외 지역은 오후 1시 이전 주문 건에 한해 택배로 익일 수령이 가능해졌다.
당일 배송도 활성화했다. 직접 개발하고 2020년부터 운영 중인 라스트마일 배송 시스템을 적용했다. 고객과 가까운 매장에서 배송이 진행되는 당일배송은, 매장 상황에 따라 하루 최대 7회까지 수시로 배송이 이뤄진다.
데이터기반으로 주문량 예측을 고도화하고 주문 시점보다 앞서 발주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고객 주문부터 배송까지 최소 3일 소요되던 리드타임을 최대 1일로 단축했다.
초록마을은 올해 여름 물류센터에 정육각 개발진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WMS(창고관리시스템)를 도입할 예정이다.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 시스템 최적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초록마을 측은 봤다. 또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 기존 역량을 활용한 상황으로 운영 비용 절약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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