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은행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과연 보험사의 은행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 행사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한 보험사 CEO도 "관심은 있다" 정도의 형식적인 대답만을 건넸다.은행업 진출은 차치하고 생보사는 금융사 중 해외 진출에 유독 소극적이다. 시장에 자리잡기까지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상품도 장기 계약일 뿐더러 판매채널 인프라, 보상서비스망 구축, 고객 관련 데이터 수집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인보험을 다루는 생보사는 한국계 기업 등과 연계를 통한 물보험 판매가 가능한 손보사와 달리 해외 진출 난이도가 더욱 어렵다.
한화생명은 보수적인 생보업권 속에서도 해외 영토 확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2008년 독자법인으로 설립했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고 국내 보험사 최초로 현금 배당을 단행했다. 전 법인장이 현지 설계사들과 직접 만나 지속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등 사업을 정착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도전하는 은행업도 한화생명이 오랜 시간 검토하고 준비해온 일이다. 은행을 통해 기존에 진출한 생보, 손보 법인과 방카슈랑스 판매 등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진출시 주요 은행과 협력 관계를 맺어 방카슈랑스를 판매했던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케이스를 모범 사례로 꼽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은행업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이던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 규제가 완화된 배경에도 한화생명의 노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화생명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 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국내 금산분리와 겸업제한 규제에 막혀 시도가 무산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집요하게 설득해낸 끝에 지난해 은행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국내 보험사가 당국 규제와 보수적인 업권 분위기에 해외 진출을 주저하던 사이 외국 보험사는 이미 은행업을 포함해 활발히 해외에 진출해왔다. 일본도 당국은 물론 보험사 차원에서도 현지 주요 인사를 일본으로 초청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수십년 전부터 일궈왔다. 그 결과 다이이치생명, 닛폰생명 등 일본의 대형 생보사는 자산 규모가 국내 보험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미지의 길을 걷는 건 언제나 두렵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섣불리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충분히 대비했기에 도전도 가능하다. 가보지 않은 길에 주저함 없이 도전하는 한화생명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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