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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농협 지배구조 진단]농협경제, '2지주 체제' 무색한 중앙회 영향력⑦이사회 12명 중 6명이 조합장…자회사 사업 특성 고려

이기욱 기자공개 2024-06-10 12:55:55

[편집자주]

농협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NH농협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작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이슈가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검사로까지 이어졌다. 농협금융지주를 넘어 전 농협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 개입도 문제시되고 있다. 배임, 외환 송금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배구조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5일 09: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와 '2지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는 농협금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자재공급과 유통 등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업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 측 인사 중심으로 이사회가 운영된다.

농협법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조합원 이사 선임을 보장하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사외이사의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구성원도 친 농협 성향 인사로 채워져 있다. 지주 분리의 의미가 무색해짐에 따라 중앙회 편입과 같은 체제 개편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농협법, 이사회 절반 농협중앙회 '조합장 이사' 선임 보장

농협경제지주의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산규모는 농협금융이 농협경제보다 40배 가까이 많지만 이사회 멤버 수는 농협경제가 농협금융(10명)보다 2명 더 많다.

세부 구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농협법과는 별개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독립성이 요구되는 농협금융은 이사회 10명 중 7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지만 농협경제는 사외이사의 수가 4명으로 전체 3분의 1에 불과하다.

농협경제는 오히려 농협법이 농협중앙회 측 인사의 이사회 참여를 보장해주고 있다. 농협법 제161조의3에 따르면 이사 총수의 2분의 1 이내에서 중앙회의 '회원조합장 이사'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만 선임하면 된다.

농협경제의 자회사들이 농협금융 자회사들보다 조합원들의 경제 활동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경제는 농협사료(사료제조업), 농협하나로유통(도매 및 상품중개업), 남해화학(비료제조) 등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12명의 이사 중 사내이사는 농업경제 대표이사와 축산경제 대표이사 2명이다. 농업경제 대표는 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선임되고 축산경제 대표는 축협 조합장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기타 비상무·비상임이사가 총 6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6명 모두 현직 조합장들로 구성돼 있다. 고평훈 목포원예농협 조합장과 성영근 영천농협 조합장, 안현구 한국양토양록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고 진경만 서울축산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8월 선임됐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과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6명의 이사들은 모두 최근까지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장 이사'로 있었다. 하지만 이중 진경만 조합장과 안용승 조합장을 제외한 4명은 지난달 조합장 이사 재선에 실패해 농협경제 이사회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외이사도 농협 관련 인사 대부분…중앙회 통합 요구 지속

사외이사 4인도 농협 및 농업 관련 인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농협경제 사업 관련 전문성 제고 역할에만 치중돼 있다. 사내이사 및 조합장 이사들에 대한 견제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다.

2021년 선임돼 가장 오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남인식 사외이사는 농협 출신 인사다. 안성목장장과 농협 축산건설팅 부장, 축산경제 기획부장 등을 거쳐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상무를 역임했다.

김동환 사외이사는 농협중앙회 '회원 조합장 이사외 이사'(비조합장 이사)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축산학과를 나와 서울대 농경제학 석사, 위스콘신대 농업·응용경제학 박사 등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농식품유통연구원장을 지내고 있고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농협중앙회 비조합장 이사를 역임했다.

임정빈 사외이사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농협중앙회 농업통상 자문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농업통상분과 위원과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낸 농경제 전문가다.

허태웅 사외이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대변인. 유통소비정책관 등을 거쳐 제29대 농촌진흥청장까지 지낸 관료 출신 인사다. 사외이사까지 농협 및 농업과 밀접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농협중앙회를 벗어난 독립적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경제지주의 중앙회 편입 등 체제 개편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역시 지난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중앙회와 경제지주의 통합을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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