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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은 지금]동화약품, 생존 힘든 업황에 무차입 원칙 깼다…강력해진 '투자본능'①오너 4세 윤인호 부사장 등장에 달라진 분위기, 최근 3년 신규투자만 1000억

김형석 기자공개 2024-06-21 13:06:59

[편집자주]

128년 국내 1호 제약사 동화약품. 일반의약품(OTC)을 중심으로 한 영업 기조로 뚝심있는 외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최근 전통과 보수의 벽을 깨고 변혁을 꿈꾸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건 물론 신약개발도 해보려는 움직임이다. 오너 4세가 경영 전면에 선 이후로 이뤄진 일이라는 데 주목된다. 달라진 동화약품의 현재 그리고 그 전략에 대해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활명수와 후시딘. 국내서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 제약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동화약품의 변신이 새롭다. 물론 보령의 우주, 일동제약의 신약처럼 전격적이진 않다. 더디지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을 만들고 있다. 변화 없이는 더이상 생존하기도 어렵다는 업계의 절박함에 승부수를 던졌다.

전략은 '투자'. 120여년 역사 속에 의미있는 투자는 2017년 '디앤케이코퍼레이션' 10억원 투자한 게 전부였지만 최근 기세가 거세지고 있다. 신사업 확보에 대한 의지 차원이다. 오너 3세인 윤인호 부사장이 지휘봉을 잡고부터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 흥미롭다.

◇100여년간 전무했던 투자, 의료기기부터 JV까지 물색

1897년 설립한 동화약품은 2000년대 중반까지 타기업 출자 총액은 40억원에 불과했다. 100여년의 업력에 비하면 사실상 신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현상유지 '무차입 경영'에 더 몰두했다. 당시 투자가 절실했던 바이오기업들에게도 동화약품은 투자제안서 하나 밀어넣기 꺼려하는 기업이었다.

이 같은 사업기조가 조금씩 변화 조짐이 보인 건 2010년대 중후반부터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인 크라우디에 5억원을 출자한 이후 강스템바이오와의 조인트밴처(JV)로 설립한 디앤케이코퍼레이션 등 소규모 출자를 단행했다.

본격적으로 신규 출자를 늘린 건 2020년 이후다. 지난 3년여간 동화약품이 신규로 출자 규모만 10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1217억원에 달한다.

이 시기 변화한게 있다면 오너 4세 윤인호 부사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84년생 윤 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이후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을 맡았다.

현 전략기획본부의 전신인 전략기획실은 신사업과 투자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가 전략기획실 부장을 맡은 후 리브스메드와 비비비, 필로시스 등을 단행했다.

이들 기업은 2018년 출자한 곳으로 각각 의료기기 제조와 헬스케어·진단키트를 주력으로 한다. 최근 단순 투자가 아닌 아예 M&A로 베팅을 한 메디쎄이 역시 의료기기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해당 분야를 신사업으로 관심을 뒀던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OTC 한계 극복, 100년 역사 첫 대형 딜 '메디쎄이와 중선파마'

이 같은 투자본능은 설립 후 줄곧 유지하던 무차입 경영도 내려놓을 정도로 강력한 의지였다. 특히 적극적인 투자의 정점은 메디쎄이와 베트남 중선파마(TRUNG SON Pharma) 인수였다. 동화약품이 이들 기업 지분 인수에 쏟아부은 자금만 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화약품의 당기순이익이 28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치 순이익을 두 회사 경영권 확보에 베팅했던 셈이다. 투자에 인색했던 과거 전력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메디쎄이는 국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 1위 기업이다. 2003년 설립한 이 기업은 2011년 국내 최초 금속 3D프린팅 장비를 도입하는 등 의료기기 사업에서 탄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메디쎄이는 매력적인 기업이다. 메디쎄이는 2006년 터키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3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기간 해외 매출액은 13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두던 동화약품에 최적의 선택지였다.

메디쎄이 인수는 사업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진행됐다. 내수 일반의약품(OTC)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성장성을 도모할 수 없어서다.

메디쎄이 인수 전인 2019년까지 5년가량 동화약품의 영업이익은 100억원 안팎에서 정체됐다. 이 기간 매출은 18.64%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영업이익률은 4% 중반에서 3%로 하락했다. 코스피 상장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7~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OTC에 치우친 사업구조 탓으로 해석됐다. 단순한 사업구조는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OTC 판매 상품 상당부분이 위탁계약을 통한 국내 유통이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위탁계약의 경우 완제품을 들여와 국내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그만큼 자체 생산 의약품 대비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해외 매출 확대 측면에서도 메디쎄이의 가치는 높다. 지난해 매출 중 절반인 132억원이 수출에서 나왔다.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두던 동화약품에 최적의 선택지였다.

◇글로벌 진출 첫 기지 베트남, 유통망 확보로 OTC 판로 개척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의료기기였다면 베트남 시장 진출은 판매망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현지 약국 체인 중선파마(TRUNG SON Pharma) 인수를 통해 유통망을 확보했다.

동화약품이 글로벌 판매 기지로 베트남을 지목한 건 현지의 약국 사업방식 때문이다. 약사 개인사업 형태로만 약국 운영이 가능한 국내와 달리 베트남에선 법인형태의 약국 사업이 가능하다. 향후 동화약품의 자체 의약품의 판매망 구축에도 유리하다는 뜻이다.

베트남 현지 중선파마(TRUNG SON Pharma) 점포 모습. 중선파마 홈페이지 캡처.

중선파마의 사업영역도 OTC 뿐 아니라 전문의약품(ETC),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곧바로 동화약품의 활명수와 잇치, 판콜 등 자체 OTC 제품을 베트남에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

현재 동화약품은 자체 OTC 제품의 현지 판매를 위해 당국에 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판매 승인에 2년이 소요되는 만큼 2026년에는 본격적으로 중선팜에서 자체 상품을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과 중선파마의 경쟁력 역시 고려했다는 평가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6.5%에 달한다. 2028년에는 161억 달러로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일정부분 공격적인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효과로 볼 수 있다"며 "2020년 인수한 메디쎄이의 경우 이제는 안정적으로 연결기준 매출에 포함되면서 수출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중선파마의 경우 올해 PMI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6년까지 매장 수를 약 460개로 확대해 현지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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