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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은 지금]매출효과 못낸 '자체신약', 축소된 R&D 대안은 개량신약④자보란테 매출 미미, 신약개발 임상서 대부분 중단…혁신신약 물질은 초기

김형석 기자공개 2024-06-27 10:09:34

[편집자주]

128년 국내 1호 제약사. 동화약품은 전통의 기업답게 오랜 기간 활명수 등 일반의약품(OTC)을 중심으로 한 영업 기조를 뚝심 있게 이어왔다. 한길 경영을 이어오던 동화약품이 최근 전통을 깨고 변혁을 꿈꾸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는 물론 신약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 오너 4세인 윤인호 부사장의 경영승계를 전후에 이뤄진 일이다. 동화약품의 달라진 신사업 전략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사 너나할것 없이 신약에 눈독을 들이지만 동화약품은 언감생심이다. 자보란테라는 자체신약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다지 매출효과를 내지 못하며 한계를 봤다. 임상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 역시 뼈아팠다.

결국 혁신신약보다는 개량신약에 힘을 쏟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상대적으로 신사업 진출에 투자를 늘리면서 연구개발(R&D)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차원에서도 신약 R&D 관심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잇단 신약 개발 좌초…R&D 비용 정체로 이어져

2015년 국산신약 23호인 자보란테를 출시한 후 동화약품은 이렇다 할 신약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임상 진행과정에서 중단한 파이프라인은 3개다.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과민성방광증과 궤양성대장염, 천식/비염치료제 등 야심차게 추진한 신약 개발이 임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DW2005는 과민성방광증을 적응증으로 한 천연물 신약이다.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전임상 단계에서 과민성방광증 특이적 다중약리기전으로 우수한 치료효과 확인 및 구갈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해 임상 1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동화약품은 2018년 시장성 부족으로 임상을 중단했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제로 개발한 DW2007은 2021년 임상2a에서 개발이 중단됐다. 동화약품이 2014년 경희대산학협력단으로부터 도입한 물질로 5-ASA 계열의 약물이다. 동물실험에서 항염증 효과와 장내미생물 안정화 효과를 입증해 자보란테를 잇는 차기 혁신신약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DW2008도 임상 2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천식/비염 치료제로 각각 임상 2상까지 진행했다. 보건복지부의 백신 신약개발사업단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임상이 지연되며 2022년 개발을 중단했다. 엔데믹에 따라 임상 환자 모집이 어려웠던 데다 사업타당성도 부족해서다. 천식/비염 적응증 임상 역시 지난해 잠정 중단했다.

거듭된 신약 개발 실패는 R&D 투자에 대한 관심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동화약품이 지출한 R&D 비용은 215억원이다. 자보란테 개발 당시였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60억원가량 늘었다. 물가 상승과 매출 증대를 감안하면 오히려 R&D 투자는 뒷걸음친 셈이다.

같은 기간 신사업 진출을 위해 기업 지분 투자액을 10배 이상 늘린 것과 비교하면 낮은 규모다. 40억원에 불과하던 동화약품의 신규출자액은 올해 3월 말 기분 1217억원으로 급증했다.

7%를 상회하던 매출 대비 R&D 비용 비율도 지난해 6.18%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5.12%까지 내려갔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R&D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R&D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신약 자보란테 연 매출은 1억 미만

국산신약 23호 신약 개발에 성공한 동화약품이 R&D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이유는 결국 신약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보란테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개발까지 이뤘지만 정작 매출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동화약품이 개발한 자보란테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 악화 치료제다.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보건신기술’로 선정되는 등 효능을 입증받았다. 2015년 출시한지 10년이 됐지만 연 매출액은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큐비아 등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자보란테의 연 평균 매출액은 2000만~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출시 후 총 매출로 보더라도 2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동화약품은 2018년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획득성 폐렴 적응증 임상을 진행했지만 아직 성공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해외 기술수출로는 일부 성과를 내기는 했다. 2016년 오스텔 레버토리즈, 2017년 노보사이헬스케어 등에 10여국가 기술수출로 400억원가량을 벌었다. 신약개발에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 상당액을 기술수출로 만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성공도 힘들지만 향후 시장성 등을 감안해 수익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며 "특히 COPD 환자의 경우 기존 의약품에 대한 충성고객이 많아 적극적인 영업전략이 필요하지만 동화약품은 OTC(일반의약품)에 특화된 제약사인 만큼 영업 부분에서 고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파이프라인 개량신약 '당뇨'…혁신신약 '항암제'

자체신약의 매출확보에 실패한 동화약품의 R&D 전략은 개량신약이다. 3월 말 현재 동화약품 파이프라인 중 임상에 진입한 물질 3개 중 2개는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은 기존에 출시한 약물의 구조나 제제, 용도를 변형해 만든 의약품이다. 이미 유효성과 독성에서 입증된 물질인 만큼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제약사 간 경쟁 강도가 제네릭(복제약)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좋고 광고선전비나 지급수수료 지출도 적다. 보유 중인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은 DW6013과 DW6014다. 모두 당뇨를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DW6013는 DPP-4 억제제 및 비구니아드(biguanide) 계열의 작용기전으로, 속방정을 서방정으로 개선한 복합제다. 현재 임상 1상을 마치고 품목 허가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DW6014는 SGLT-2 억제제 및 biguanide 계열로 생동성 실험을 통해 동등성을 확인했다. 동화약품은 올해 안에 해당 물질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나머지 1개 파이프라인은 DW6017다.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P-CAB 신약 '보신티'의 제네릭의약품이다. 보신티는 국내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보신티는 국내 첫 P-CAB 제제인 '케이캡'에 이어 국내서는 두번째로 2019년 3월에 국내 허가됐으나 급여가 미등재여서 아직 출시되지 않고 있다. 보신티의 특허는 2028년 11월 17일에 만료되는 만큼, 실제 상품화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임상 단계의 항암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도 있다. DW1023과 EZH1/2다.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DW1023는 기존 동물실험에서 동종물질과 비교해 우수한 항종양효과를 확인했다. 동화약품은 올해 안에 임상 1상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EZH1/2 저해제는 유전자인 EZH2와 EZH1을 이중으로 저해해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EZH2는 후성학적 유전자로 치료가 어려운 여러 암종에서 과발현하는 발암 유전자다. EZH2만 선택적으로 저해하게 되면 EZH1이 활성화해 내성이 유발되기 때문에 이 둘을 동시에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해당 파이프라인은 개발 초기단계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최근에는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 신약인 항암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중 DW1023는 조만간 임상을 위한 IND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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