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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고려제약의 보수적 경영, 신사업 키는 '오너 2세'창업주 만든 사업관리로 벌크업, 20년간 신약·유전체 등 신사업 좌초

정새임 기자공개 2024-06-25 08:31:00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상 재평가 실패와 전문의약품 리베이트 의혹. 44년 업력의 고려제약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매출을 지탱하는 건기식과 중추신경계(CNS) 영역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수적인 경영활동 기조와 신약 등 다양한 분야를 시도하다 그만둔 전적이 있어 당장 새로운 동력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내부 설비 등을 활용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사업 키는 오너 2세 박상훈 대표가 쥐고 있다.

◇오너 2세 체제 20년, 부친 업적 강화에 집중

고려제약은 2000년대 들어서며 코스닥 상장과 오너 2세로의 승계 등 굵직한 변화를 맞았다. 창업주인 박해룡 회장이 설립부터 20년간 기틀을 다져놨다면 장남인 박상훈 대표가 20년째 성장을 가속화하고 신사업 동력을 찾는 역할을 맡했다.

2세 박상훈 대표는 2005년 부친과 각자대표에 오른 후 2008년 증여를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두 차례에 걸친 지분 증여로 그는 지분 37.5%를 쥔 공고한 2세 체제를 갖췄다. 2024년 현재 그의 지분율은 38.8%다.

박상훈 대표 체제 후 약 20년간 매출은 2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외형 확대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부친이 벌인 사업을 잘 관리해 키운 전략이었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성장한 부문은 중추신경계용제와 비타민 등 영양제 두 영역이다. 중추신경계용제는 2004년 88억원에서 2022년 289억원으로 약 3배 확대했다. 같은 기간 영양제 부문은 19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약 7배 커졌다.

이들 영역의 대표 품목은 글루콤, 뉴로메드 등으로 창업주 시절 개발한 올드드럭이다. 박상훈 대표의 성과를 꼽자면 2015년 임상 재평가 대상으로 오른 뉴로메드를 대신할 약제로 도네페질 성분 제네릭 뉴로셉트를 내세운 것 정도다. 뉴로셉트는 뉴로메드 빈자리를 메워 중추신경계용제 대표 품목으로 떠올랐다.

이 외 건기식에서 도입 품목을 늘려 상품 매출을 10배 늘렸다. 상품의 경우 유통과 판매에 따른 수수료 정도만 이익으로 잡혀 외형에 비해 회사가 얻는 수익이 미미하다.

자본을 늘리거나 차입을 통해 신약을 연구하거나 신사업을 도모한 적도 없다. 증자는 상장 전후인 2000년이 마지막이다. 2018년부터는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연구개발(R&D) 활동은 건기식 혹은 제네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기관에서 추출물 등 핵심 성분을 가져와 장 건강 건기식이나 골 관절 건기식 등을 개발해 판매한다. 특허가 끝난 신약의 제네릭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했다.

◇신약 개발에 관심…시행착오 겪으며 보수적 행보

그렇다고 박상훈 대표가 신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경영권을 잡은 초창기에는 의욕적으로 신약 등 신사업을 준비했던 흔적도 있다. 이 시도들은 높은 신약 개발 문턱 앞에서 빠르게 회수됐다.

2005년 화장품 사업을 검토하기도 했고 2012년엔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신약 개발도 꾀했다. 두차례에 걸쳐 사업목적에 △제약, 화학 및 생명공학 기술연구개발업 △유전체를 이용한 맞춤 의약사업 △유전체를 이용한 맞춤의약과 관련한 치료제 개발 및 지적재산권 획득 및 이전을 추가했다.

뚜렷한 성과는 없었고 이 같은 R&D 변화는 곧 자취를 감췄다. 회사의 연구개발인력과 R&D 경험치, 비용 등을 따져봤을 때 신약 개발의 문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골다공증, 염증성 장질환 등에서 신약 개발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10년 가까이 전임상 전 단계로 개발이 지지부진하다. 이후 노선을 돌려 개발 난이도가 대폭 낮은 개량신약을 타진 중이다.

2019년 PKL바이오 투자로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PKL바이오는 바이오 분야에서 R&D 기획과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고려제약은 총 6억원을 투자해 지분 22%를 확보했다.

PKL바이오를 통해 R&D 확장성을 갖고자 했다. 연구기관에서 도입한 천연물 성분을 PKL바이오에 특허권이나 실시권을 넘기는 등의 후속 협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PKL바이오는 적자 누적으로 파산에 이르렀다. 올해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기회를 엿보려 했던 고려제약의 시도도 무위로 돌아갔다.

이 외에도 비보존, 디아메스코에 투자를 집행했으나 원금을 회수한 비보존 외 투자로 거둔 성과도 미미하다. 고려제약의 타법인출자는 2019년 PKL바이오가 마지막이다.

고려제약 내부 관계자는 "투자나 신약 개발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중소제약사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내부 설비 투자 등은 자체 여력으로 진행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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