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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경찰공제회 [thebell note]

남준우 기자공개 2024-07-01 08:17:0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자(LP)들을 만나면 경찰공제회가 항상 화두로 떠오른다. 이사장을 비롯해 CIO 등 임원급 인사 5명이 이례적으로 반년 이상 공석인 상황을 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설립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조원 넘는 투자자산을 수장 없이 운용해야하니 그럴만도 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경찰공제회 투자 업무 담당 부서들은 모든 결재를 '후결'로 처리 중이다.

하지만 여러 변수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그동안 임원진에 CIO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위직 퇴임 간부들을 앉혀왔다. 다만 재취업 시장에서 퇴임 간부들의 대기업·로펌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경찰공제회의 인기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사장부터 뽑히지 않으니 나머지 임원들이 뽑힐리도 만무하다. LP들은 공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기 CIO의 활동에 제약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공제회만의 특수한 조직 문화인 '운영위원회'의 영향력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다.

경찰공제회는 경찰 조직에서 뽑은 인사로 이루어진 대의원회(47인)에서 6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이들과 경찰공제회 이사장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하는데, 이 위원회가 의결기관으로 작동한다.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늘 보수적인 기조로 투자 활동에 접근했다. 대부분의 공제회는 최근 수익률이 높은 주식 비중을 조금씩 높여 나가고 대체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추고 있는 추세다. 경찰공제회는 이 같은 활동이 소강 상태다.

매년 5% 이상의 괜찮은 수익을 내는 만큼 해당 투자를 고수할 것이라는 게 많은 LP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전임 CIO가 시장 상황에 맞춰 주식 등의 비중을 조금씩 높여왔으나 운영위원회와의 마찰이 지속되었던 점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얘기다.

다만 경찰공제회가 대체투자 자산을 '공정가치 평가'가 아닌 '장부가 평가'로 진행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한 원가 평가인 만큼 최근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경찰공제회의 대체투자 수익률이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에도 깊은 늪에 빠져버린 경찰공제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부족하다. 대내외적인 변수로 '바람 앞 등불'의 상황을 직면한 경찰공제회가 하루빨리 현명한 대처를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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