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애경산업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잠시 중단된 사내 동호회 활동을 재개했다. 10명 이상이 모이면 동호회를 조직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독서나 운동, 재테크 등 취미 중심으로 모임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흥미로운 조직이 생겼다. 바로 '야근 동호회'다.업무상 야근이 불가피할 경우 모여서 저녁을 함께 먹는 목적의 모임이라고 한다. 동료들과 맛집을 방문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잠시 동안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전해진다. MZ 직원들이 사내 동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덕분에 전에 없던 조직이 꾸려지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사내 동호회 제도가 애경산업만의 독특한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유연하고 창의적인 문화가 장착될 수 있도록 활동을 적극 장려했고 역사도 긴 편이다. 기업들이 2000년대 후반에 복지 차원에서 동호회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보다 앞섰다는 평가다.
애경산업의 동호회 활동 참여율이 높은 것은 구성원 스스로 타 부서와의 소통에 대한 니즈가 있기 때문이다. 제품 기획을 위해 각 부서별 담당자들을 뽑아 TF를 만들면 사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직원들도 입을 모은다. 딱딱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목표 달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공동 목표와 이익보다는 자기 부서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 구도가 형성될 때도 있다.
불필요한 내부 경쟁이 반복되면 '사일로(Silo)'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사일로는 조직에서 다른 부서와 소통을 꺼리고 부서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적인 협업 체계 구축이 필수인 애경산업의 구조상 사일로가 생기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직의 사일로를 허물고 시너지를 통해 '승수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일찍부터 사내 동호회 제도를 활용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가까워진 직원들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업무에도 적용되고 있다. 동호회에서 만난 다른 조직의 연차 차이가 나는 선배와 막내급 직원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직급 체계를 없애고 '님 문화'를 도입한 영향에 호칭이 주는 부담감도 없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 신입 직원이 SCM 부서 선배에게 "SCM 팀은 뭐 하는 곳이에요?"라고 TF 회의에서는 하지 못하는 질문을 쉽게 하고 답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타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위계질서 없이 편안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이 중요한 뷰티 업계에 가장 필요한 조직 문화가 동호회 운영을 통해 힘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해 '화장품 빅3'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내며 선전한 것도 오랜 기간 조직문화 연성화에 앞장선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K뷰티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애경산업은 올해 일본과 북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을 내놓는 중소형사에 밀려 아직 존재감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협업에 능한 구성원들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유의 유연한 조직 문화를 성장 동력 삼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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